현재 오픈소스는 비단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모든 것이 오픈소스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오픈소스가 불러일으킨 인류의 혁신기” = 그렇다면 오픈소스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할까? 전략은 계획과 다르다. 계획은 만들어 지키면 되지만 전략은 주변의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어야만 무기가 될 수 있다.

 

전략은 먼저 앞서 나간 강자보다는 늦게 시작한 약자에게 더욱 필요하다. 구약 성경의 “빠른 자라고 해서 경주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고 강한 자라고 해서 전투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라는 구절은 의미심장하다.

 

산업혁명 이전에 영국은 강대국이 아니었다. 당시 강대국은 프랑스, 독일 등 중앙집권체제의 절대 왕정 국가였다. 영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한 데는 왕립도서관의 저널을 전격 개방한 혁신적인 정책이 컸다. 자연과학은 신이 부여한 것이라고 해서 왕립도서관의 수많은 논문 이른바 ‘지식의 설계도’를 개방하고 이를 모두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요즘으로 말해 개방, 공유, 참여를 핵심 가치로 내건 오픈소스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현재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새로운 기술은 거의 모두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금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상용 소프트웨어와 견주어 없는 것이 없다.

 

오픈소스는 19세기 산업혁명처럼 현재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이 시기는 산업혁명 못지않은 인류의 혁신기라고 할 수 있다.

 

오픈소스가 변화의 물결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시기에 기업들은 고전적인 경쟁 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략으로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전략이 과거에는 강자를 피해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공유경제의 개방과 공유 전략을 십분 발휘해야 할 때이다. 택시 한 대로 없는 우버, 호텔 한 채도 없는 에어비앤비, 그리고 안드로이드가 그 단적인 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한계비용제로사회’라는 저서에서 이제는 시장자본주의에서 협력적 공유사회로 패러다임을 대전환함으로써 성장한계에 부딪힌 경제의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오픈소스의 최대 강점 “소프트웨어 품질을 높일 수 있다” = 오픈소스가 커다란 변화의 물결을 이끌고 있는 배경으로는 먼저 웹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소프트웨어의 비즈니스 모델이 상품 판매에서 서비스로 변화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예컨대 지금은 쓴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클라우드의 서브 스크립션이라는 과금 모델이 전혀 낯설지 않은 시대이다.

 

이러한 서비스 시대에 오픈소스로 쉽고 빠르게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장이 열려져 있다. 이를테면 소스코드의 저장소인 GitHub에 누구나 들어가 소스코드를 공유하고 협업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오픈소스의 확산으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의 생산 및 협력의 방식이 바뀐 셈이다.

 

또 표준화는 곧 시장지배로 인식되는 시장에서 오픈소스는 글로벌 기업의 전략적인 활용으로 널리 확산되면서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구글이 엄청난 돈을 들여 개발한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것은 선한 기업이어서가 아니다. 표준화 전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전략일 뿐이다.

 

지금은 플랫폼 시대이다. 장(場)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선두주자인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은 최근 10년간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들 플랫폼 비즈니스 선발 업체들은 거의 모든 신기술을 오픈소스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다. 후발 업체들도 오픈스소 기반 개방형 플랫폼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점이 오픈소스의 매력이다.

 

이처럼 오픈소스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경쟁 전략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공유와 협업으로 “소프트웨어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오픈소스의 가장 큰 강점이다. 몇 년 전 만해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품질이 떨어져 쓰기 힘들다 라는 말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오픈소스 운동의 대표 인물인 에릭 레이몬드는 ‘성당과 시장’이라는 저서에서 상용 소프트웨어와 오픈소스의 개발방식을 성당과 시장으로 비교해 설명했는데 고매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성당보다는 왁자지껄한 시장, 즉 오픈소스 개발방식이 오히려 소프트웨어 품질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에릭 레이몬드는 “보는 눈이 많으면 찾지 못할 버그는 없다”는 말을 했는데 이는 많은 공동 개발자, 테스터가 있으면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쉽고 고칠 수 있다는 얘기다.

 

◆“오픈소스, 생산하고 협력하고 돈 버는 방식 바꿔” = 글로벌 IT 업체들은 앞 다퉈 오픈소스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그 상징적인 업체가 마이크로소프트이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자사의 수익을 해친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발 소프트웨어인 ‘비주얼스튜디오’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전환하고, 윈도우의 오픈소스화의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소스 기여도 면에서 현재 탑 랭커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뿐만 아니라 IBM, EMC, 오라클, HPE 등 주요 글로벌 IT 업체들도 자사 플랫폼을 공개하고,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2014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107개의 기술을 전환하며 오픈소스 지지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대륙의 실수’ 샤오미는 스스로를 하드웨어 업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체라고 말하는데 그 핵심은 바로 오픈소스이다.

 

오픈소스는 요즘 회자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ICBMS(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시큐리티)’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

 

최근에 나온 상용 소프트웨어 백서를 봤는데 거기서 다룬 기술이슈와 시장이슈가 모두 오픈소스의 이슈와 일치했다. 상용 소프트웨어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냐 하는 ‘모 아니면 도’ 식의 진부한 논쟁은 이제 끝내야 한다. 오픈소스는 다른 것이 아니라 생산하고 협력하고 돈을 버는 방식이 바뀐 것이다.

 

◆오픈소스 활성화 하려면 ‘정책방향과 속도’ 중요 = 상품 판매에서 서비스로 비즈니스의 부가가치 창출 원천이 옮겨가는 시대에서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중국인의 제주도 관광은 내수인가 수출인가? 국산이라는 개념은 한국에서 만든 것(Made in KOREA)이 아니라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것(Serviced by KOREA)으로 바뀌어야 한다.

 

오픈소스는 새로운 서비스를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개발할 수 있는 현재 가장 좋은 환경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산 소프트웨어가 이를 통해 글로벌 진출을 쉽사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픈소스가 득세하면서 서비스 개발과 그 경쟁 전략이 상용 소프트웨어 시대와는 달라졌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오픈소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방향과 속도가 중요하다. 먼저 방향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ICBMS를 구현하는데 오픈소스를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가야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오픈소스의 확산 속도이다. 기업에서 오픈소스를 활용함으로써 뚜렷한 비즈니스 효과를 올리는 사례가 많아져야 그 속도를 낼 수 있다.

 

그 기업도 전문서비스 업체, 하드웨어 업체, 전통적 제조업체, 스타트업 등 크게 4개군별로 각자가 처한 특성에 따라 오픈소스 정책을 수립하고 펼쳐야 한다.

 

전문서비스 업체의 오픈소스 활용이 높아지려면 그 서비스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제값을 주는 풍토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용자의 오픈소스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보니 서비스 공급자가 제값을 받을 수 없는 구조이다. 오픈소스에 대한 인식개선이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요즘 하드웨어 업체는 마진이 낮아서 고민이다. 그래서 소프트웨어를 접목해 서비스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오픈소스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개발에 좋은 무기이다. 그런데 하드웨어 업체가 오픈소스를 바로 쓰기에는 라이선스 등의 문제가 걸려있다. 오픈소스의 활용에 관한 교육이나 홍보가 필요한 이유이다.

 

국내의 전통적인 제조업체들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은 상태이다. 소프트웨어가 불러일으키고 있는 비즈니스 변화에 뚜렷한 감이 없다. 이를테면 유리절단기는 글로벌적으로 가격이 매우 비싸다. 이를 오픈소스 기반으로 새롭게 개발하는 시범사업들을 많이 벌이고 그 성공사례가 잇따른다면 국내 제조업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스타트업에게는 IT가 핵심 기반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개발 환경을 갖출 수 없다. 오픈소스를 활용해 저렴하며 빠르며 신속한 창업을 할 수 있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투자 부담이 적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과 노하우로 개인의 몸값을 높일 수 있다.

 

◆“상용SW는 처졌어도 오픈소스로 앞설 수 있어” = 오픈소스는 변화의 물결의 중심에 있다. 오픈소스는 잘 만들어진 요리가 아니다. 좋은 식재료일 뿐이다. 좋은 요리사는 이 재료를 잘 다듬는다. 초보 요리사는 그 재료를 다듬는 일이 번거롭고 익숙하지 못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 창의적인 요리사가 많이 나와야만 지금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4차 산업혁명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우리나라가 비록 상용 소프트웨어는 뒤처졌지만 오픈소스로는 앞설 수 있다. 오픈소스의 활성화 없이는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성장기회를 또 놓칠 수 있다. 그러려면 오픈소스는 ‘잘 알고 바르게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출처 http://www.bikorea.net/news/articleView.html?idxno=19102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