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철 기자 imc@zdnet.co.kr 2013.03.26 / PM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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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컴퓨터가 리눅스를 중심으로 더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오픈소스소프트웨어(SW) 사업을 한다니까 시스템통합(SI) 용역을 팔려는 것으로만 바라보는 세간의 인식은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25일 우유상 한글과컴퓨터 솔루션컨텐츠사업실 상무는 회사의 오픈소스SW 사업모델을 "한컴 역량을 중심으로 기타 파트너 솔루션을 응집하는 '주계약자' 역할이 되는 것"이라 설명하며 "관건은 이를 바탕으로 시장의 주요 키워드인 모바일오피스, 디지털콘텐츠, 스마트오피스, 빅데이터 등을 담아낼 수 있느냐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난해말 한컴이 오랜만에 리눅스 사업을 재개한다던 때보다 자사의 역할과 기대한 '플랫폼 생태계' 범주를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당시 회사의 행보를 사용자 입맛에 맞춰 개조되는 오픈소스SW 기반의 SI 프로젝트가 한컴이 주도하는 '턴키' 계약으로 진행될 것이라 이해했다. 다만 회사는 직접 주계약자로 나서겠다는 점을 그다지 강조하지 않았다.

 

한컴은 '아시아눅스서버4'를 출시한 지난해부터 아시아눅스를 둘러싼 한중일 상호 협력체계를 다지기 위해 분기마다 이사회 미팅을 진행해왔다. 당시엔 기상청 공급사례가 주된 성과로 알려졌는데 해당 프로젝트 주관사는 대기업 IT서비스업체인 LG CNS였다. 이와 별개로 일부 시군구 재해복구(DR) 시스템에 적용되거나, 정부 통합전산센터에 경쟁사 레드햇과 함께 공급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갖춰진 당시 솔루션사업실 조직은 공공부문의 사업에 초점을 맞췄지만 올해 상반기부터는 대기업 환경 중심으로 민간수요를 키워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솔루션사업실이 이북 콘텐츠 관련 사업조직을 품으면서 주요 통신업체나 출판관련 유통업체들과도 대화가 오가는 것을 보면 구상이 어느정도 실현되는 분위기로 비친다.

 

 

당시 회사는 OS, 가상화, 백업, 스토리지, 웹, WAS, DBMS 등 포인트솔루션에 맞춘 성과를 넘어 파트너들과 컨설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협력모델을 추구했다. 이 때 고민했던 '수직계열화된 아키텍처'는 지금처럼 한컴의 아시아눅스와 각 계층간 솔루션 전문업체들의 협력을 통해 상호인증 형태로 실현된 모습이다.



 

▲ 우유상 한글과컴퓨터 솔루션컨텐츠사업실 상무

■"SI는 '시스템 통합'이 아니라 (파트너)'솔루션 집약'하겠다는 것"

 

이후 한컴은 한중일 협력플랫폼 '아시아눅스'를 중심으로 그에 협력할 독립SW개발사(ISV)와 하드웨어(HW) 공급, 특화된 애플리케이션 연계와 구축서비스를 아우르는 모델을 제시했다. 고객지원강화나 아시아눅스기반 웹메일, 오피스, 그룹웨어를 서비스형SW(SaaS)로 제공할 준비도 해왔다.

 

 

이후 지난 1월말 회사는 한중일 우유상 이사를 상무로 승진시키며 그가 총괄하던 '솔루션사업실'을 '솔루션컨텐츠사업실'로 개편했다. 오픈소스 사업조직에 기존 이북부문이 통합된 것이다. 그래서 현재 전자책 편집기, 이북용 디지털저작권관리(DRM)와 콘텐츠관리시스템(CMS)과 뷰어를 활용한 유통 솔루션 공급도 구상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컴은 한 해를 넘긴 아시아눅스 관련 사업에 대해 리눅스 서버 인프라 기반의 스마트워크와 콘텐츠 플랫폼 관련 메시지, 턴키 프로젝트 주계약자로서의 한컴 역할까지 강조하는 모습이다. 대기업 IT서비스업체들이 주도하는 SI프로젝트에 휩쓸림 없이 가능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연초 솔루션사업실에서 솔루션컨텐츠사업실로 담당 영역이 확대된 우 상무는 자사가 주도하는 SW플랫폼 기반과 파트너 솔루션의 협력구도에 대해 "한컴이 주도하는 프레임워크는 운영체제(OS), 가상화, 보안,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웹,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같은 계층별로 각사 역할과 협력 가능성을 반영해 체계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OS와 보안 영역에 한컴과 소프트포럼이 핵심역량을 제공한다. 이를 위한 엔터프라이즈애플리케이션통합(EAI) 솔루션과 보안계층의 망연계 부분을 오픈소스SW 모듈로 개발한 상태다. 서버 가상화 영역에서는 시트릭스, VM웨어, 레드햇과 손잡을 수 있고 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 측면으론 안랩, 미라지웍스, 틸론과도 협력을 수 있다.

 

 

자체 솔루션이 있는 업무용 애플리케이션과 SaaS 형태의 프론트엔드 제품군도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으론 묘사되지 않았다. 씽크프리오피스 서버나 VM웨어 짐브라와 손잡고 선보인 업무용 SaaS 제품은 아시아눅스 서버 플랫폼과의 접점을 제시할 수 있지만, 모바일과 윈도PC 기반 프로그램으로 출시된 한컴오피스는 아직 그렇지 않다.

 

■"한컴은 사업 '프레임워크' 주도…계층별 파트너 생태계 이미 마련"

 

이와 별개로 자체 솔루션이 없는 WAS나 DBMS는 오라클, IBM같은 글로벌업체 그리고 티맥스소프트, 티베로같은 국내 업체와도 손잡을 수 있다. 다만 한컴이 기성 솔루션들과의 상생을 위해 맞춰가겠다는 얘긴 아니다. 아시아눅스 국내 사업을 주도하는 입장에서 미국의 레드햇이나 유럽의 수세리눅스처럼 엔터프라이즈급 서버 및 가상화 OS로 아시아권의 입지를 키워갈 방침이다.

 

 

아직 1위 리눅스업체 레드햇이 미국에선 압도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에선 그렇지 못하다는 게 한컴쪽 시각이다. 현지 사업자들이 지역 특성을 살린 리눅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급할 기회가 국내서도 상당하리라 기대하는 이유다. 몇년전부터 정부가 공공부문 SW국산화 및 오픈소스SW 도입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란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지난해 거둔 성과에선 공개 가능한 핵심인프라 도입사례가 충분한 건 아니다. 군 워게임 용도와 같은 프론트엔드 영역의 서버시스템이 한 예다. 지난해 회사는 오픈소스와 관련해 20억원가량의 연간 사업성과를 집계했고 2배쯤 늘린 40억원을 올해 내걸었다. 올해는 자신감을 더 키운 듯하다. 우 이사는 회사 매출의 10~15%, 많으면 20% 비중까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우 상무는 "(타 리눅스 사업체를 언급하며) 공급업체가 장기적인 사용을 보장하느냐, 글로벌마케팅 차원에서 계속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느냐하는 측면에서 의문"이라며 "아시아눅스가 그런 약점을 메우고도 남는 역량을 갖췄으며 한중일 각각의 성공스토리를 포함하고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공급 생태계를 갖춘다면 글로벌 경쟁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보기엔 국내선 리눅스 관련 사업을 한다고 하면 개발보다 유통쪽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고 개발할 경우에도 국산인가, 중견업체냐, 오픈소스냐, 3가지 꼬리표를 달고 있는 회사들이 흔하다. 이런 업체들의 약점은 사업자가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컴의 아시아눅스는 다를 것이라고 회사는 강조한다.

 

우 상무는 "아무리 공짜라도 불안하면 시장에서 쓰일 리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며 "제품을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환경과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오픈소스SW 사업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