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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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젠’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운영체제 플랫폼이다.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타이젠은 최근 운영체제의 버전을 2.0으로 올렸다. 삼성전자도 갤럭시S3를 쏙 빼닮은 개발용 단말기를 개발자들에게 배포했다. 속도도 부쩍 빨라졌고 운영체제로서 역량도 다져가고 있다. 처음 개발했던 타이젠 개발도구에 비하면 깜짝 놀랄만큼 좋아졌다. 이 운영체제는 지금 어디까지 얼마나 왔을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을까. 타이젠을 취재하며 느낀 업계와 시장의 온도차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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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이젠은 인텔과 삼성전자의 것?

삼성전자는 타이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기도 하고 플랫폼 전체를 꾸려가는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마치 타이젠이 삼성전자의 것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심지어 타이젠이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를 대체하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제 타이젠은 두 회사의 소유물도 아니고 두 회사가 세상을 뒤집기 위해 만드는 것도 아니다. 타이젠은 리눅스파운데이션에서 운영하는 또 하나의 모바일 리눅스이고 그 안에서 소스코드 개발, 안정화, 로드맵 등 중심을 잡고 개발하는 회사들 중 가장 큰 회원사가 삼성전자와 인텔이다. 삼성은 운영체제의 다각화를 꿈꾸고 인텔은 프로세서를 공급할 플랫폼을 늘리는 데 의미가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삼성전자의 입김이 가장 세다. 삼성전자는 API와 개발킷을 만들고 여러 앱 개발사들에게 개발자용 단말기와 비용을 직접 투입하며 앱을 개발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타이젠 생태계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다져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역설적이게도 개발 현황과 관련 기술의 진척이 자유로워야 하는 리눅스 기반의 오픈소스 플랫폼이지만 삼성전자의 개발 보안 때문에 그 어떤 운영체제 이상으로 일반에 공개되기 어렵다.

 

타이젠 자체가 인텔의 ‘미고(MiGO)’ 운영체제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여전히 인텔의 개발 인력 규모도 상당하다. 숫자를 밝히기는 꺼려했지만 인텔조차도 ‘운영체제 플랫폼을 새로 만드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인텔 역시 인텔캐피탈 등을 통해 앱 개발사들에게 투자하고 타이젠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아직 인텔은 겉으로 이렇다 할 결과물을 꺼내 놓지는 않았지만, 안드로이드가 됐든 타이젠이 됐든 소비자들이 선택할 운영체제에 인텔의 프로세서가 들어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운영체제 개발 단계부터 최적화를 하기 위한 것이 타이젠 프로젝트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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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언제쯤 완성되나?

타이젠은 아직도 계속 개발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되는 플랫폼이다. 완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단계는 없다. 안드로이드도 계속해서 기능이 더해지면서 여러 기능들이 들어감에 따라 적절한 단계마다 버전을 붙이고 개발자들에게 배포하는 구조다. 타이젠도 지금 당장이라도 원하는 제조사가 있다면 라이선스하고 스마트폰에 심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기존 안드로이드나 iOS에서 하던 일들을 대신할 수 있는 수준은 돼야 한다. 삼성전자는 그 첫 번째 단계로 올 하반기를 꼽고 있다. 현재 매체들과 블로그 등을 통해 공개된 갤럭시S3 모양의 타이젠폰도 단지 개발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삼성전자도 적정 시기의 빌드를 기반으로 상용화하고 삼성전자만의 런처를 얹어서 판매를 시작한다. 갤럭시 시리즈로 사용자에게 익숙한 터치위즈UI가 입혀지면 거부감도 줄어들 것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하드웨어나 안드로이드보다도 스스로 만든 기능들에 초점을 더 맞추는 것도 혹시 운영체제를 바꾸는 경우에 소비자들이 겪을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다.

 

타이젠은 또한 스마트폰만을 위한 운영체제가 아니다. 현재는 스마트폰이 가장 큰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태블릿, 넷북, 스마트TV,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 임베디드 시장 전체를 바라보는 운영체제다. 타이젠은 이미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표준을 정하는 제니비(GENIVI) 프로젝트와 리눅스재단의 오토모티브 그레이드 리눅스 워크그룹(Automotive Grade Linux Workgroup, AGL)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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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대로 일 낼까?

국내에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가 나왔을 때처럼 모두가 환호하며 타이젠 스마트폰을 구입해줄까.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구글과 HTC가 표준격인 ‘넥서스원’을 만든 뒤부터도 안드로이드가 자리잡는 데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뼈대가 만들어져 있던 iOS도 처음 발표된 뒤 1년이 지나서야 앱스토어가 생겼고 앱과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자리잡은 것은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다.

타이젠의 경우 인텔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있기 때문에 초기 안드로이드나 iOS처럼 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사람들의 손에는 두 운영체제가 너무 익어 있다. 선뜻 기존에 쓰던 스마트폰을 버리고 타이젠으로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타이젠 관련 업계의 반응이자 우려다.

 

하지만 앱 생태계는 빨리 채워지리라는 것이 인텔이나 삼성, 그리고 타이젠 관련 업계의 기대다. 타이젠용 앱은 HTML5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데 앱 개발이 매우 쉽다고 한다. 인텔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앱 개발자의 40% 정도가 HTML5 앱 개발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경쟁자처럼 보이지만 파이어폭스폰 역시 HTML5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모두 W3C의 표준을 따르고 있어 서로간에 앱 호환성도 갖는다. 안드로이드나 iOS로 만들었던 앱을 타이젠으로 혹은 그 반대로 포팅할 수 있는 도구도 만들고 있다. 안드로이드 앱을 가상머신에 올려 작동시키는 것만 원활해져도 당장의 앱 부족에서 벗어날 수 있고 개발사로서도 한 번에 여러가지 플랫폼으로 앱을 개발할 수 있어 수익 내기가 수월하다. 타이젠 생태계의 본격적인 기점은 5월에 열릴 개발자회의와 리눅스 서밋이 될 것이다.

 

<타이젠 관련 사진출처 : 초이의IT휴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