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호 기자/ sontech@zdnet.co.kr
 
강남 한복판에 있는 사람들은 어디서 출발해 어떤 길을 따라 움직일까. 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과 걸어서 혹은 지하철을 타고 오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동하고 있을까.

 

빅데이터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SK플래닛은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 사용자들을 통해 나온 수많은 위치정보를 시각화해 새로운 의미를 도출해내기 위한 프로젝트를 벌였다.

 

11일 SK플래닛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 T맵 데이터 비쥬얼라이제이션(TDV)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회사측은 "T맵이 갖고 있는 강점으로 뭔가 쿨하고 재미있는 작업을 해보자"라는 의견에 의기투합했다고 설명했다.

 

▲ T맵을 통해 전달 받은 위치정보를 시각화한 모습.

▲ 강남역을 목적지로 설정한 T맵 사용자들의 위치정보를 시각화한 모습.

▲ 위치정보 수집에 사용된 'T-로버'

T맵은 매일 수백만건의 운전경로가 검색되고, 그 결과가 로그로 쌓인다. 텍스트 형태로만 하루에 수십GB의 데이터가 쌓인다. 문제는 이 데이터들이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하거나 T맵의 지도 정밀화에 사용된 뒤에는 대부분 삭제된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버려지는 데이터인 셈이다.

 

■ 운전경로 정보를 이용한 데이터 시각화 작업

 

이 회사는 우선 버려지는 데이터들을 활용해 그림을 그려보자는 취지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미디어아트그룹 에브리웨어과 기획 끝에 목적지 순위 톱10 중 5곳을 뽑아 운전경로 정보를 이용해 데이터 시각화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T-로버 관련 다큐멘터리의 제작-연출-편집은 신동글 감독이 맡았다.

 

위치정보의 흐름을 3D형태로 실제 공간에서 시각화하기 위해 프로젝트팀은 'T-로버'라는 로봇 영상장비를 만들었다.

 

자체 배터리 전원과 모터를 통해 느린 속도로 이동하는 T-로버는 상단에 장착된 대형 LED패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계산된 데이터의 단층촬영 화면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장시간 노출 기법으로 촬영하면 현실 공간에 3차원으로 투영된 T맵 데이터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SK플래닛측은 "빅데이터가 마케팅의 주요 화두로 더오른지는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분석과 활용면에서는 소비자들에게 큰 화두를 던지지 못했다"며 "경로데이터를 활용해 의미있고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만들어 보려고 했다"고 프로젝트 취지를 밝혔다.

 

기존에 데이터 시각화 기술은 태풍 이동 경로 예측, 감기 전파 경로 분석 등에 사용됐던 것에 이어 온라인 MMORPG 게임 내에서 봇을 동원해 자동사냥으로 아이템 등을 모으는 불법 사용자를 적발해내는 등의 작업에 활용되고 있다.

 

텍스트나 디지털 신호인 0과 1로만 이뤄진 데이터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TDV 프로젝트의 경우 보다 예술적인 관점에서 빅데이터를 시각화한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