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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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외국계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국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토종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업이 있다. 외국 기업 중심의 DBMS 시장에서 국산화를 외치며, 무료 라이선스 정책을 고수하는 큐브리드 얘기다.

 

“국산 데이터베이스(DB) 얘기는 많은데, 국산 DBMS 얘기는 많이 없더군요. 시장 자체가 외국계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국내 소프트웨어 입지가 작더군요. 뭔가 국내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이 시장을 대체할 순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소 뻔한 이유지만, 정병주 큐브리드 대표는 국산 소프트웨어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다는 목적 하나로 큐브리드와 15년째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쌍용정보통신 출신인 그는 첫 직장에서 접한 라이선스 지침만 받은 채 영업에 나가는 소프트웨어 문화가 맘에 들지 않았다. 본사로부터 받은 가격정책 통보를 그대로 적용하는 마케팅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할까. 국내 현실에 맞게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찾아 마케팅하고 싶다는 꿈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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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20만명이 쓰는 DBMS

DBMS는 기업의 정보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데 쓰이는 필수적인 소프트웨어다. 데이터를 잘 저장하고 관리하면서 동시에 응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할 수록 좋은 DBMS다. 국내 시장에선 오라클이 약 60%에 이르는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선점하고 있다. 큐브리드는 오라클에 비교하면 신생 DBMS일 뿐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굳이 국산과 외산을 가리지 않고 수익이 많이 나는 오라클의 제품을 선택해 마케팅을 펼쳤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병주 대표는 달랐다. 그는 오픈소스인 큐브리드를 선택했다.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하면서 엔트리 레벨 지원 옵션 제도를 폐지하기 무섭게 MySQL 개발자들이 서로 MySQL 기술 지원 회사를 차리는 걸 눈여겨 봤다.

 

“MySQL도 오픈소스 DBMS입니다. 그런데 오라클이 썬을 인수하기 무섭게 오픈소스로서의 MySQL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개발자들이 늘어나더군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완전히 소스코드를 개방한 큐브리드가 어쩌면 MySQL을 대신할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엿보았습니다.”

큐브리드는 라이선스 사용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지난 2008년 9월 NHN이 인수하면서, 같은 해 11월22일 국내 DBMS로서는 처음으로 오픈소스 정책을 취했다. 큐브리드 엔진은 GPL, 인터페이스 드라이버는 누구나 수정한 것을 제한없이 배표할 수 있는 BSD 라이선스를 따르고 있다. 엔진을 수정한 게 아니라 단순히 이용할 때는 소스코드 공개 없이 무료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단 얘기다.

 

“엔진과 커넥터를 수정하면 반드시 소스코드를 공개해야 하는 MySQL과는 다른 가장 큰 장점이지요. 그래서인지 해외에서도 큐브리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MySQL 관련 가장 큰 국제 행사인 ‘The Percona Live MySQL Conference and Expo(이하 펄코나)’에 초청받아, 큐브리드의 데이터 분산 처리기술에 대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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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별 큐브리드 내려받은 횟수. 출처_소스포지닷컴

큐브리드 샤드, MySQL도 지원

 

실제로 2009년 9월 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공개를 위해 개설한 소스포지닷넷 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해외에서 큐브리드는 약 4만건 가까이 내려받아졌다. 큐브리드를 가장 많이 내려받는 국가는 한국이 아닌 루마니아일 정도다. 국내에서는 약 17만건이 내려받아졌다. 한 사람이 큐브리드 1개만 내려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2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큐브리드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MySQL 진영에서도 큐브리드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펄코나는 MySQL 활용 관련 세계 최대 컨퍼런스로 전세계 MySQL 대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다. 이번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4월22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다. 이날 행사에서 큐브리드는 MySQL도 지원하는 큐브리드의 데이터 분산 처리 기술인 ‘큐브리드 샤드’를 소개할 예정이다.

 

“오라클은 물리적인 DB를 여러대의 서버로 공유해서 사용하는 리얼 애플케이션 클러스터(RAC) 기술로 떴습니다. 문제는 RAC은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때, 오라클은 코어나 메모리를 늘리는 식으로 확장을 합니다. 고비용 구조로 가는 셈이지요. 큐브리드 샤드는 수평 확장입니다. x86 서버를 늘리는 식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합니다.”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때 수평으로 확장하는 걸 샤드라고 칭한다. 큐브리드 샤드는 한마디로 큐브리드를 이용해 저비용으로 MySQL까지 수평 확장할 수 있게 해준다. 정병주 대표는 “RDBMS 모델링을 하면서 확장성도 보장되는 게 특징”이라며 “NoSQL의 장점인 수평확장을 큐브리드가 담아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큐브리드는 NHN에서 관련 기술을 개발하면 주식회사 큐브리드가 기술 지원을 하는 식이다. ‘서비스 구독’ 방식을 취하는 레드햇의 영업과 유사하다. 내부에 개발자가 많은 회사라면, 큐브리드를 내려받아 그냥 사용하면 된다. 반드시 꼭 큐브리드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

 

“모든 회사에 개발자들이 풍부한 건 아니니까요. 적어도 공공기관들은 큐브리드와 서비스 계약을 맺습니다. 재계약율이 90%가 넘더군요. 통계청의 통계 시스템처럼 데이터 양이 많은 시스템을 오라클 MySQL을 쓸 수밖에 없지만, 부처 홈페이지 방문엔 큐브리드 정도면 충분합니다. 5년이면 국내 시장 상황도 많이 바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해외에서도 찾는 이가 많지만, 정병주 대표는 현재로서는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먼저 큐브리드를 알려야 장기적으로 오픈소스 큐브리드 생태계를 넓혀나가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에서다.

 

“오픈소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 합니다. 씨를 뿌리자마자 바로 수확할 순 없잖아요. 해외에서는 큐브리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국내에서는 사용자층을 계속 늘려나가는 형태를 취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