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혜현 기자 hyun@zdnet.co.kr 2010.07.18 / AM 06:54

 

애플 아이패드 출시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태블릿 시장이 단숨에 대기업 중심 구조로 재편됐다. 국내만 봐도 삼성전자, LG전자 모두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태블릿 사업을 준비해왔던 중소기업들로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대기업과 자웅을 겨루기보다는 틈새 시장 공략에 초점이 맞춰졌다.

 

16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이스테이션, 아이리버 등 국내 중소기업들이 태블릿 시장 진출을 고려중인데, 대기업과 일대일로 붙기보다는 차별화 전략 수립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아이패드를 비롯한 대형 업체의 태블릿 제품들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기를 표방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 시장에 맞는 특화된 기능을 앞세워 시장을 파고들겠다는 것이다. 다양한 기능을 통합하는 컨버전스 보다는 특정 영역에 집중하는 디버전스를 승부수로 던진 셈이다.

 

 ■ 하반기 태블릿, 어디서 준비하나? 

 

태블릿 시장에서 대기업 공세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업체로는 아이스테이션이 꼽힌다.

 

아이스테이션은 핸드백 속에 넣어 다닐 수 있는 크기의 5인치 태블릿PMP 2종을 8월과 9월에, 7인치 태블릿 1종을 10월 경 내놓는다. 7인치 제품의 경우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탑재할 예정으로, PMP 생산 경험을 살려 교육에 특화된 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스테이션 관계자는 “준비중인 제품은 아이패드와는 소구계층이 다르다”며 “9.7인치로 다소크고 무거운 아이패드와는 달리 7인치 제품이 한국에선 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스마트폰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복잡한 기능을 뺀 특화 휴대폰이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처럼 컨버전스 시대에는 오히려 디버전스 제품이 틈새시장에서 호응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리버도 빠르면 올해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태블릿을 출시할 계획이다. 아이리버는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당장 수익을 보겠다는 것보다는 하나의 새로운 시장이니깐, 거기에 새로운 테스트보드를 띄우는 개념이다"며 "아이패드로 태블릿 시장이 활성화되면 특화 기능을 강조한 중소기업 제품도 일정부분 지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안드로이드 PMP를 시장에 내놓고 반응을 보려는 업체도 있다. 단순히 태블릿 제품만 내놓는다고 소비자들이 무조건 선택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빌립 브랜드를 만드는 유경테크놀로지는 지난달 대만 컴퓨텍스에서 안드로이드 태블릿 콘셉트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출시는 미정이다. 대신 안드로이드 MP4플레이어 'P3 터치'를 먼저 출시했다. 아이팟 터치를 겨냥한 고급형 제품으로 시장 반응을 살펴보겠다는 전략이다.

 

유경 관계자는 "태블릿이 나온다고 해도 소비자 활용이 없으면 빈 껍데기이기 때문에 업체들도 어떤 콘텐츠가 나올지 동향을 살펴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콘텐츠와 시너지 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원은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안드로이드 MP3플레이어와 PMP를 준비 중에 있다. 태블릿은 아직 초기 계획 단계라는 게 회사측 입장이다.

 

코원 관계자는 "태블릿을 쉽사리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포지셔닝 문제"라면서 "안드로이드 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지만 태블릿은 별개 문제기 때문에 시장상황을 더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 ‘안드로이드’ 시장은 열렸지만… 

자체 플랫폼이 없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오픈 소스로 제공되는 안드로이드는 그나마 확률높은 승부수로 평가돼왔다. 그러나 중소기업 입장에선 안드로이드를 끌어안기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많다.

 

우선 안드로이드 마켓을 이용하기 위한 구글 인증이 까다롭다는 평이다. 특히 인증 기준이 휴대폰에 맞춰져 있다보니 태블릿이나 PMP에 꼭 들어가지 않아도 될 사양이 요구돼 제조원가가 높아지는 부담이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마켓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굳이 필요하지 않은 기능을 넣어야 해서 힘든 부분이 있다"면서 "PMP를 만드는데 카메라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 제품을 만들고 싶어도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잦은 업그레이드 역시 안드로이드를 적극 채택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구글은 올 초 안드로이드 2.1버전을 내놓은 지 얼마되지 않아 코드명 '프로요'로 알려진 2.2 버전을 출시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안으로 안드로이드 3.0이 공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플랫폼 업그레이드는 좀 더 개선된 환경에서 제품을 이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제조업체는 입장이 조금 다르다. 물건을 만들자 마자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 추가비용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에컨데 안드로이드2.1로 기획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자마자 새 플랫폼이 공개되면 곧바로 소비자들의 업그레이드 요구에 직면한다는 것. 문제는 개별 버전마다 단순한 펌웨어 업그레이드 수준을 넘어서는 개발 비용과 기술이 들어가기 때문에 쉽게 대처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한 중소기업 홍보 담당자는 "구글이 특정 주기로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이 아니고 버그 등의 문제로 자주 상위 버전을 내놓기 때문에 플랫폼 탑재에 고충이 있다"면서 "대기업들도 안드로이드 버전 업데이트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업데이트를 곧바로 따라가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http://www.zdnet.co.kr/Contents/2010/07/16/zdnet20100716103722.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