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개발자 스토리-5] 엔씨소프트 박병익 SU직속 전산감사팀 과장

황치규 기자 delight@zdnet.co.kr 2010.07.08 / PM 02:55

 

델파이란게 있는 줄도 모르는 22살 나이에 이 사람은 거의 반 강제적으로 리눅스 서버 담당자에서 델파이 개발자가 됐다. 친구들은 자바나 닷넷을 배우겠다고 나섰을때 이 사람은 상사가 주는 CD 한장 달랑 들고 델파이를 익히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이 사람에게 붙은 델파이 개발자란 타이틀은 이렇게 탄생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 사람은 자타공인 '델파이 마니아'가 됐다. 또래 개발자들이 스마트폰에서 대박을 꿈꿀때에도, 자바 개발자들이 엔터프라이즈 프로젝트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때에도 이 사람은 델파이에 푹 빠져 지냈다. 본인에겐 좀 과격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이쯤되면 거의 '빠' 수준이다.

 

엔씨소프트 박병익 전산감사팀 과장 얘기다.

 

이 대목에서 많은분들이 '들어본것 같은데, 델파이가 뭐였더라'할지도 모르겠다. 델파이는 파스칼 언어에 기반하고 있다. 파스칼 언어에 C++ 요소가 가미되면서 델파이는 프로그래밍 언어와 개발툴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로 불린다.

 

델파이를 알고 있는 분들 중에서는 "아직도 델파이가 있었느냐?"고 묻고 싶어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랬다. 언제부터인가, 개발자들 사이에서 델파이라는 이름은 다소 생소한 존재가 됐다. 9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과 지금 델파이를 바라보는 인식의 급은 다르다. 공급업체가 우여곡절을 좀 겪더니 이미지에 좀 금이간게 사실이다.

 

이미지에 금이 갔다고 델파이 기반 자체가 뽑힌 것은 아니다. 지금도 압축 프로그램과 같은 각종 유틸리티나 많은 보안 솔루션들이 델파이로 만들어진다. 해커들도 델파이를 갖고 공격툴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것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만큼, 박병익 과장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델파이와 접하게 된 것은 이상할게 없다. 지금도 많은 개발자들이 우연과 강제가 결합된 상황에서 델파이를 익히기 시작한다.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해야하기 때문에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병역특례를 위해 들어간 회사에서 상사분이 델파이 CD를 주면서, 그냥 배워보라는 거에요. CD안에 셋업 패키징, 개발툴이 다 들어있었는데, 도움말 보면서 하니까 그럭저럭 하겠더라고요. 전에는 델파이란게 있는줄도 몰랐는데, 지금은 델파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까지 합니다."

 

박병익 과장이 보는 델파이의 가장 큰 매력은 철학이 있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조금 풀어쓰면 콤포넌트 기반이고 오픈소스 개념도 살아숨쉰다.

 

"비주얼 C++과 차이점이라면 델파이는 콤포넌트들이 다양하다는 겁니다. 무료도 많아요. 구글검색에서 콤포넌트를 쳐봐도 델파이와 관련한 것들이 가장 많습니다. 콤포넌트로만 먹고사는 회사들도 많고요."

 

박 과장이 엔씨소프트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감사 로그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업무를 할때도 델파이만한게 없다. 박 과장에게는 좋아도 아주 좋은 델파이가 어떤 이유로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서 한물간 개발 플랫폼이라는 인식으로 자리잡게 되었을까?

 

"델파이는 생산성이 높아요. 정말로 빠릅니다. 유틸리티 개발에도 딱이에요. 윈도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 만들때는 델파이 많이 씁니다. UI개발에도 강점이 있고요. 그러나 요즘에는 파스칼 언어에 익숙한 이들이 많지 않아요. 학교에서도 C나 C++을 배우지 파스칼은 찾기 힘듭니다. 이러니까 대학생들이 델파이를 모를수 밖에 없지요. 주워들은게 있는 친구들은 그래도 배워볼려고 합니다만 파스칼과 C가 다르다보니 좀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교육 과정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델파이 생태계는 자바나 C#, C++ 등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 개발자과 교류할 기회가 많지 않은 듯 하다. 따로따로 노는 것이다.

 

굳이 분류하면 개발자 세계에서 소수파인 델파이가 국가 제도안에서 스스로를 알릴 기회가 없었음을 감안하면 제도권에서 배출되는 개발자들과의 단절은 어쩔 수 없는 결과가 아닐까?  단절이 계속되면서 '델파이가 뭐였더라'하는 이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란 생각도 하게 된다.

 

"프로그래밍 언어라는게 비슷비슷합니다. 파스칼은 좀 인간적이에요. 깔끔한 코딩이 가능합니다. 젊은 개발자들은 자바와 C++을 비슷하게 보는데, 사실 델파이는 C++과 비슷해요.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보니, 지금도 델파이를 배우는 분들이 많이있습니다. 밖에서 잘 모를 뿐이에요."

 

지금도 박 과장처럼 '무대뽀'식으로 델파이를 배우는 개발자들은 많지 않다. 나름 프로세스가 갖춰져 있다.

 

"저는 독학으로 했는데 도움말과 데모만 보고 그럭저럭 따라갈 수 있었어요. 모르는게 있으면 커뮤니티에서 배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 과정도 있고, 대학생들은 무료로 수강도 가능해요. 책도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박 과장은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이 델파이가 가진 호환성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델파이는 다른 언어와 호환이 잘된다는 것이었다.

 

박 과장이 바라보는 델파이의 미래는 밝다. 대학에서도 교육 과정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델파이 개발자는 회사를 그만두면 다른데서 바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다고 한다.

 

"파스칼을 알면 다른 언어는 일도 아니에요. 파스칼 먼저하고 다른거 배우는게 더 나아요. 이거만한게 없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모바일도 가능성이 있어요. 델파이가 아이폰 개발을 지원하기를 벼르고 있는 개발자들이 많습니다. 아이폰 개발 언어가 델파이와 비슷하거든요."

 

게임보다 델파이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박병익 과장에게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게 있다. 돈얘기다. 델파이 개발자는 다른 분야보다 돈을 많이 버느냐는 것이다. 박 과장은 조금 주저하는 표정이다. "조금 많은 것 같다"고 말한 뒤 바로 입을 다문다.

 

더 물어보려니 좀 민망해진다. 서른도 안된 나이에 벌써 과장이 됐다는 것과 델파이 개발자는 공급이 수요를 못따라간다는 상황을 버무려 박 과장의 연봉에 대해 세속적인 상상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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