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안명휘 | 2011. 02. 06

 

엘리아스 카네티는 그의 저서 ‘군중과 권력’에서 “만약 우리가 권력을 지배하려면 우리는 공공연하고 대담하게 명령을 직시해야 하며, 명령으로부터 가시를 제거하는 수단을 찾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현대사회에서 권력의 핵심 요소가 되는 것은 바로 ‘정보’다. 누가 정확한 정보를 소유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정보를 얼마나 적재적소에 신속 정확하게 투입하는가가 권력을 만든다. 권력의 요소가 되는 명령은 정보에서 나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 정보의 힘을 통해 최종 목표인 ‘생산’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한다. 정보는 생산의 근원이 되고 생산은 권력의 뿌리가 되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화는 생산을 가속적으로 키우고 증식하는데 일조하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문명의 이기로 인해 인간에게는 한 순간도 곰곰히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현대인들에게는 외부 정보를 지속적으로 주입하고 개인을 기업의 생산성 향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생산은 더욱 가속적으로 커지고 증식된다.

사진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turukhtan/5418786944. CC BY.

2011년의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세상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 역시 이러한 관점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반정부 단체들이 이집트 대통령이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전쟁과 같은 유혈사태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집트와 연관성이 있는 국가와 기업은 생산을 중단시키지 않고 있으며, 다양한 적대 진영의 본질이 무엇이든 간에 생산은 그 모든 진영 속에서 맹렬히 번지고 있다. 전세계 ‘국가와 집단’들은 이집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로 인해 그들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을 할 뿐이다. 생각과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 정신의 계승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구글의 선택은 옳은 것인가

이러한 상황에서 구글이 이집트 정부가 반정부 단체의 정보교류를 막는 것에 대한 조치로 유선전화를 이용한 트윗 서비스(@speak2tweet)를 시작했다. 생산성 측면을 고려했다면 구글의 조치는 분명 바보같은 짓일 지 모른다. 이집트 정부를 지원해 생산을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게 하는데 일조하기보다는 반정부 단체의 정보교류를 도움으로써 오히려 생산을 불안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이는 생산보다는 인간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시장에서 단기적인 생산을 이끌어내는 것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목표는 생산의 증대와 시장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생산 증가 계속될수록 더 많은 사람이 결핍 상태에 빠지게 된다. 기업은 지속적인 생산과 성장을 위해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할수록 더 많은 소비자를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더 많은 인간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범하는 치명적 오류는 생산-소비-인간의 관계의 정점에는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은 재화의 증식을 통해 증식의 원래 의미, 즉 인간 자신의 증식으로 돌아가는 길을 발견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기 때문에 그들이 추구하는 지속적인 생산을 이루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구글은 이점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화의 생산보다는 분배와 공유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정신에 입각한 것일 테다.

구글은 시장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생산은 평화적일 수 밖에 없다. 현재의 상황이 불안과 폭력으로 얼룩진 상황이라 할지라도 상황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고 다시 생산을 시작하게 된다면 생산은 평화적으로 진행된다. 전쟁과 파괴는 감소를 의미해 생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간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오늘날의 여러 국가에서는 국민보다는 생산성 보호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 어떤 것도 생산성 이상으로 정당화되지 않으며 그 이상 확실하게 일반적이 승인을 받을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 결과는 매우 간단하다. 이집트에서 ‘살아남는 자’들은 다시 생산을 위해 전력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무조건적인 생산만을 추구하는 여타 기업들의 전략으로는 이집트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살아남는 자, 살아남을 자를 배려하는 것이라는 점을 구글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인간에게는 분배와 공유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분배와 공유를 실천하는 기업은 전세계 어느곳에서나 스스로 존중받을 준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장에서의 성공은 물론 기본이다. 구글은 언뜻보면 시장에서 많은 적을 만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집트 내 수 많은 잠재고객을 발굴한 셈이다. 나아가 구글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세계적으로 확산함으로써 잠재고객 시장의 영역을 전세계로 확대한 셈이다.

생산보다는 인간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한 구글이 향후 얼마나 더 큰 변화를 거듭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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