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지난해 말 싱가포르에서 텔레콤(전기·통신) 회사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자 회의가 열렸다. 60여 명의 대표자가 참석한 모임에서 컨설팅업체 IDC의 텔레콤 담당 더스틴 케호(Dustin Kehoe) 애널리스트는 “2016년이 플랫폼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말 IDC는 “2015년이 오픈소스의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저명한 애널리스트 더스틴 케호 씨는 올해 이 오픈소스 기술이 더 발전해 플랫폼 기반(platform-based) 기술로 진화해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공룡 IT 기업들은 자금력, 기술력을 앞세워 온라인을 통해 기업과 사용자를 밀접하게 연결하는 독특한 성격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 40%, 가상개인비서가 대체 

‘가상 개인비서(Virtual Personal Assiatance)’ 서비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궁금증을 음성과 텍스트 등으로 신속하게 답변해주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말한다. 알고 싶은 것을 물어보면 신속하게 그 정보를 찾아내 알려준다.

 

2016년에는 IT, 가전, 자동차 등 세계 산업계에 대형 플랫폼 개발 경쟁이 고조될 전망이다. 사진은 스마트폰 앱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상개인비서(VPA) 시스템.  ⓒ SRI International

2016년에는 IT, 가전, 자동차 등 세계 산업계에 대형 플랫폼 개발 경쟁이 고조될 전망이다. 사진은 스마트폰 앱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상개인비서(VPA) 시스템. ⓒ SRI International

 

다양한 인공지능을 동원해 스마트폰 사용자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로봇 비서를 옆에 두고 있는 셈이다. 기업 역시 폭넓은 이용이 가능하다.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소비자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또한 새로운 제품 판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이런 기능이 가능한 것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대단위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전기·통신 기술과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활용, 네트워크와 네트워크를 연결한 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서비스를 양산하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기관 가트너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개발이 진행된다면 오는 2020년에는 전체 스마트폰의 40%가 ‘가상개인 서비스(VTA)’를 채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럴 경우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많은 앱들을 VTA가 대체하게 된다.

 

사물인터넷(IoT)에도 대규모 플랫폼이 구축되고 있다. 오는 6일 미국 라스베가서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6′에서는 세계 주요 가전사들이 선보일 IoT 플랫폼이 큰 화제가 될 전망.

 

3일 ‘포브스’ 지는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해봐야 할 기술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과 함께 스마트한 지능을 갖고 있는 인공지능 연결기기(connected device) 들을 지목했다.

 

체중 관리를 위해 개인적으로 음식 칼로리를 체크하고, 집안에 있는 가전제품들을 외부에서 통제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첨단 기기들이 다수 선보일 예정으로 있는데 이들 기능이 가능한 것은 대형 가전사에서 첨단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으로 스마트홈, 안전운전 실현까지 

삼성의 경우 2016년형 스마트TV를 전시하면서 지난해 인수한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함께 개발한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선보인다. TV 속에 ‘스마트홈 허브’가 내장돼 있어 집안에 있는 IoT 기기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자동차회사들 역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기술들을 다수 선보인다. 독일 콘티넨탈은 CES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거리에서 클라우드 데이터를 이용해 자동차 주행 안전성을 어떻게 높이고 에너지를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 지를 시연한다.

 

그동안 도로 상황은 일시적인 상황 정도로 인식됐다. 운전자 습관 역시 개인 성향 정도로 치부됐다. 하지만 이제는 이 모든 상황을 데이터로 쌓고 분석하면서 안전 운전을 실현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무인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구글카 역시 어떤 분석처리 기술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해오던 구글이 돌발상황에서 자동차가 스스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지가 주요 관심 대상이다.

 

관계자들은 향후 자동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구글과 애플처럼 먼저 플랫폼을 장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완성차 업체들 역시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다. 대형 자동차사들이 커넥티드카 플랫폼 개발에 착수하고 있는 중이다.

 

BMW, 토요타, 현대 등 주요 자동차 사들은 IT 기업들과 연계해 다양한 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는데 IT를 기반으로 한 기업과 완성차를 기반으로 한 기업 간의 쫓고 쫓기는 대립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전통적인 구인구직 사이트를 대체하는 인재 플랫폼도 등장하고 있다. ‘업워크(Upworks)’, ‘프리랜서(Freelancer)’처엄 프로젝트성 일자리를 연결시켜주는 사이트를 말한다. 업워크의 경우 회원 수가 1000만명을, 프리랜서는 13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플랫폼 개발을 주도해온 기업은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이른바 ‘4인방(Gang of Four)’ 들이다. 이들 기업들은 강력한 플랫폼을 내세워 IT업계는 물론 가전, 자동차 등의 기술 풍토를 바꿔놓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형 플랫폼 투자가 이어지고 새로운 서비스가 계속 양산되고 있는 중이다. 2016년이 어떤 내용을 담은 ‘플랫폼의 해’가 될 것인지 세계인이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