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용 기자/ yong2@zdnet.co.kr 
 
“앞으로 의료시장은 품질관리 경쟁으로 갈 것이다. 고품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롭고 빠른 임상데이터웨어하우징(CDW) 시스템이 필요했다.”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SAP HANA 기반 CDW 구축 사례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황희 센터장은 “2004년 자체 개발한 CDW를 써오다가 2010년부터 의사와 병원에게 유용한 데이터를 빠르게 보여주는 방법을 찾았다”라며 “과거가 아닌 현재 병원에서 일어나는 여러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 환자에게 더 좋은 진료를 제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새 CDW는 지난 4월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HIS)과 함께 가동되기 시작했다. SAP HANA 데이터베이스(DB) 기반으로 만들어져 이전보다 100배 빠른 처리성능을 갖게 됐고, 자연어처리 및 검색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장

황 센터장은 “기업의 DW와 병원의 DW는 큰 차이를 갖는데, 병원 경영지표관리는 물론이고 임상연구 측면의 데이터와 환자의료질관리 측면의 데이터 같은 진료정보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CDW는 빠르게 진료 데이터를 가공해 연구자와 의료현장에 원하는 데이터를 적시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임상연구를 위해 연구자가 관련 데이터를 검색하면 수시간씩 걸리던 작업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본인이 소아과전문의인 황 센터장은 “의사가 연구관련 아이디어가 생각났을 때 데이터를 그 자리에서 찾아서 판단하고, 조건절을 추가하면서 원하는 데이터 형태로 가공하는 게 가능하다”라며 “배치로 돌리던 작업이 30초면 다 올라오고, 그렇게 만든 데이터를 엑셀에 넘겨 표로 만들어 바로 논문에 넣으면 될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더 큰 개선점은 현장 의료질관리에 있었다. 이 병원은 300개의 임상질지표를 관리하고 있다. 이를 기존 CDW로 처리할 때는 질진료관리팀이 의료정보팀을 통해 관련 데이터를 각 진료과에 요청하고 수집해 엑셀작업과 통계작업을 하는 식이었다. 번거로운 수작업의 반복이었고, 가공이 끝날 때 그 데이터는 이미 수개월 전의 흘러간 데이터였다.

 

새로운 CDW는 주단위로 데이터를 수집해 가공해준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단위로도 관리가능하다는 게 황 센터장의 설명이다. 데이터 입력 작업없이 자동으로 존재하는 병원내 모든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DW에서 바로 가공한다. 데이터 수집, 저장, 처리까지 모두 자동화됐다.

 

황 센터장은 “수술실에서 항생제를 쓸 때 적정수준을 쓰는게 중요한데, 질관리를 안하면 쓸데없는 항생제를 쓰거나, 하루만 투여해도 될 걸 계속 쓰거나 해서 비용이나 내성균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라며 “이를 흘러간 데이터를 보면서 하면 안 되므로, 지난주 정보를 바로 가공해서, 실시간으로 질관리하면 문제가 아주 심각해지기 전 프로젝트에 미리 개입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은 6명의 간호사가 300개 이상의 질지표를 관리한다. 이들은 데이터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지 않았음에도 시스템에서 조회한 데이터를 현업의료진에 통보하고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데이터 조회에서 최종 자료로 만들어지기까지 최대 15초, 최소 1초면 된다.

 

황 센터장은 “국내 병원들은 크게 관심갖지 않지만, 병원의 품질관리에 대해 선진국에서 다 움직이고 있다”라며 “이제 환자에게 얼마나 좋은 질의 진료를 제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고, 질지표 관리가 병원의 명성에 도움을 주고, 적은 인력으로 많은 지표를 관리할 때 전에 없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한 병원이 150개 질관리지표에 투입하는 인력이 100명이 넘는데, 우리는 모든 그 2배인 질지표 관리에 6명만 투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당서울대병원의 CDW 데이터 규모는 약 60테라바이트(TB) 수준이다.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황희 센터장은 이를 ‘빅데이터’라고 불렀다.

 

그는 “의료정보는 규모로 빅데이터로 보기 힘들지만, 계속 쌓이고 오랜 시간 접속하게 된다는 점에서 빅데이터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미국 메이오병원이 IBM 왓슨으로 특정 진료분야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 수준인데, 한 병원이 실무 전체에 빅데이터를 적용한 건 분당서울대병원이 최초”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법규나 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 보는데. 빅데이터가 의료에서 마지막 가는데가 유전학정보 이외의 정보다”라며 “유전질환 말고 소비행태, 생활습관, 방문지, 거주지, 직장 등 다양한 조건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빅데이터 툴을 통해 파악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