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규 기자  delight@zdnet.co.kr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40616143909


언제부터인가 알게 모르게 개발자들 사이에서 URQA라는 한국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관심이라는 얘기가 자주 들렸다.

 

수소문해보니 NHN넥스트 교수로 있는 손영수씨, 황학범씨, 김현종씨, 양현철씨, 김두형씨, 안정원씨, 백승용씨, 오세운씨 등이 의기투합해 만든 프로젝트였다.

 

목표는 안드로이드 앱에서 버그를 분석해 알려주는 것이다. 정부가 진행하는 멘토링 사업인 SW마에스트로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실제 프로젝트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정부 사업이란게 말은 많아도 알맹이는 별로 없는 편인데, 오랜만에 보는 성과물이라고 하겠다.

 

URQA는 단순한 오픈소스 SW를 넘어선 프로젝트다. 멤버들은 URQA를 기반으로 직접 안드로이드 앱 버그를 찾아주는 클라우드 서비스 'URQA.IO'까지 공개했다. 오픈소스SW를 내놓으면서 서비스까지 함께 선보이는 것은 국내에선 흔치 않은 사례다.

 

그리고 서비스로도 내놨다는 건 URQA 멤버들이 오픈소스SW 프로젝트를 넘어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서비스는 해보다가 안되면 쉽게 접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멀리 보지 않으면 내놓을 수 없는게 바로 서비스다.

 

이에 기자는 최근 URQA를 이끄는 개발자들을 직접 만나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방향 및 향후 구체적인 계획 등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기술적인 내용도 꽤 들었는데 글로 쉽게 담을만한 깜냥이 되지 않아 프로젝트 개요 수준에서 정리했음을 밝혀둔다. 기술적으로 궁금한 독자분들은 URQA 페이스북 그룹을 참고하기 바란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URQA는 모바일 앱에서 버그를 분석해 주는 오픈소스SW겸 클라우드 서비스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 라이선스 아래 무료로 내려받아 내부용으로 쓸 수도 있고, 아니면 URQA.IO에 회원으로 가입해 서비스 방식으로 쓰는 것도 가능하다. URQA.IO 역시 무료다.

▲ URQA 멤버들. 왼쪽에서부터 황학범, 김현종, 김두형, 손영수씨.


URQA와 유사한 서비스로는 글로벌하게 버그센스가 있다. 대용량 로그 분석 SW 업체로 유명한 스플렁크가 운영하는 서비스인데, 부분 유료 방식으로 제공된다. 분석하는 버그 숫자가 월 500개를 넘어가면 만만치 않은 비용을 내야 한다.

 

이와 달리 URQA는 아직까지는 모두 무료다. 버그센스에 비교하면 수준이 떨어져서 그런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당사자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 기능과 사용자 편의성에 있어 쓸만 하다는 것이 만든 이들의 설명이다. 

 

▲ URQA.IO 서비스


멤버 중 한명인 손영수씨는 "모바일 앱의 경우 많은 버그가 있는데 URQA.IO는 그중에서 어떤 것을 먼저 고쳐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버그를 등급에 따라 나눠준다"고 말했다. URQA는 C++과 자바로 만들어진 앱에 있는 버그를 모두 잡아낸다. 안드로이드 NDK (Native Development Kit)도 지원한다. 지금은 안드로이드앱 버그만 찾지만, 조만간 iOS 앱 개발자들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URQA는 올초 JCO 개발자 컨퍼런스를 통해 신고식을 치렀다. JCO 이후 개발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사용자가 늘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별히 홍보한게 없는데, 벌써 200개 가량의 모바일 앱 프로젝트에서 쓰고 있다고 한다. 무료 백신으로 유명한 알약 모바일 앱도 URQA를 쓴다. 중국 게임 퍼블리셔인 글루모바일의 경우 URQA 오픈소스 SW를 내려받아 설치했다고 한다.

 

URQA 멤버들에 따르면 모바일 버그 분석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모바일앱 중 버그분석 서비스에 연결된 것은 10% 미만이라고 한다. 황학범씨는 "URQA는 한번 써보면 확실히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라며 "사용자들 사이에서 에러수가 줄어드는 것이 보인다"고 말했다.

 

고객 고객이 타깃이 버그센스와 달리 URQA.IO는 개인 개발자를 겨냥한 서비스다. 손영수씨는 "앱 개발자중 개인으로 뛰는 이들 비중이 70%를 넘는다"면서 URQA가 파고들 공간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충 들어만 봐도 URQA는 개발자들이 그냥 취미로 하는 오픈소스 SW 프로젝트 같지는 않다. 사업화를 하려는 당사자들의 의지가 진하게 읽힌다. 물론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청사진이 그려진건 아니다. 지금은 때가되면 판을 좀더 키워보자는 비전이 멤버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는 수준이다.
 
법인을 만든 건 아니지만 상용 서비스를 위한 기술적인 준비도 이미 마무리됐다. 황학범씨는 "초창기에는 대용량 트래픽을 소화하는데 무리가 있었는데, 아키텍처 수정을 통해 개선됐다"면서 아마추어적인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라이선스 조항을 봐도 멤더들이 URQA를 갖고 사업화를 구상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URQA는 오픈소스 SW인 만큼 누구나 URQA.IO같은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만들수는 있어도 상업용으로는 제공할 수 없다는 라이선스 조건이 붙었다.

 

URQA는 구글 안드로이드는 물론 안드로이드를 뜯어고친 변종 플랫폼까지 모두 지원한다. 단말기별로 일일이 대응해야 하는 TDD(test-driven development)와 비교해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그리고 URQA는 버그 분석 서비스로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 보인다. 멤버들 얘기 들어보니 앱 테스팅이나 백엔드 서비스로도 확장될 듯 하다. 유료화 시나리오도 있다. 손영수씨는 "지금 수준의 서비스는 앞으로도 게속 무료로 제공할 것이다"면서 "지금은 없는 진화된 버전의 경우 유료로 팔 수 있다"고 말했다.

 

URQA 멤버들은 저마다 하는 일이 따로 있다. URQA만 붙잡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하는일 하면서, 밤에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에 짬을 내 개발, 디자인, 설계로 역할을 나눠 URQA를 가꾸고 있다.
 
이렇게 일하는거, 솔직히 만만치 않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계속해서 야밤에, 주말에 일하는건 열정만으로 되는 성격의 일이 아니다.

 

멤버들에 따르면 오픈소스SW 프로젝트로 이끄는 동기는 재미와 개인적인 욕망이 모두 포함된다. 개발자는 자기 코드를 만들고 싶어하는 소유욕이 있는데, 오픈소스는 그걸 맞춰줄 수 있다. 열심히 하면 나중에 보상을 받을 것이란 현실적인 혜택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런 상황을 밑바탕에 깔고 URQA 프로젝트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목표는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하는 모바일 앱 버그 분석 서비스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만드는 이들은 끝까지 가보려는 모양이다.  당사자들의 입을 빌리면 그들은 이제 건너올 수 없는 다리를 확실하게 건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