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용 기자 yong2@zdnet.co.kr 2012.06.13 / AM 09:27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이 전환기를 맞았다. 서비스업체와 솔루션업체들이 치열한 영역다툼을 벌이는 방향으로 경쟁 양상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느슨했던 시장경쟁이 솔루션업체들의 진입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퍼블릭 클라우드는 아마존을 위시한 통신, IT서비스업체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했다. 최근 IBM, HP, 오라클, MS 등 솔루션전문업체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시장이 바뀌는 모습이다. 솔루션의 영혼과 서비스 정신이 맞붙었다.

 

솔루션업체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과 경험을 앞세워 한차원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이를 갈고 있다. 서비스업체들의 인프라가 자기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란 자신감도 섞였다.

 

국내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KT, SK텔레콤, LG CNS, LG유플러스, 호스트웨이 등 국내 서비스업체 중심으로 형성돼온 시장이 아마존의 본격적인 한국시장 활동개시와 MS의 한국어 서비스 출시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줄 잇는 IT솔루션업체의 퍼블릭 클라우드

 

지난 11일 한국MS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윈도 애저의 국내 출시를 발표했다. 애저를 선보인지 2년만의 한국 출시다. 한국어 서비스, 원화결제, 전담인력팀 배치 등으로 완벽한 한국화를 선언했다.

 

이날은 MS가 단순히 애저의 한국어 서비스를 발표한 날이 아니었다. MS는 내부 인프라와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적대관계였던 리눅스 운영체제(OS)도 가상머신(VM)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일례다.

 

지난 5일엔 오라클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오라클 클라우드’를 공개했다. 자바, 데이터베이스, 소셜관계관리(SRM), 인적자원관리(HRM) 등의 SW 개발플랫폼 및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는 웹캐스트를 통해 “오라클 플랫폼의 많은 부분이 아마존웹서비스와 공통되는 부분을 갖고 있다”라며 “아카이브는 아마존처럼 일레스틱하고, 우리의 클라우드는 플랫폼 레벨에서 아마존과 유사하다”라고 말했다.

 

HP도 지난달 퍼블릭 클라우드의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HP 역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최대한 포트폴리오를 유사하게 준비해 서비스로서의 인프라(IaaS)와 서비스로서의 플랫폼(PaaS)를 내놓을 계획이다. HP 클라우드는 오픈스택 플랫폼을 채택한 최초의 대외 서비스다.

 

IBM은 지난해 선보인 스마트클라우드엔터프라이즈(SCE)를 강화했다. 유닉스, 메인프레임 등의 하드웨어와 각종 솔루션을 버무려 서비스수준협약(SLA) 99.95% 이상을 제공하는 SCE+를 최근 출시했다.

 

MS는 아마존과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한국MS는 아마존을 경쟁상대로 삼으며 ‘윈도 애저’ 서비스로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의 IaaS 및 PaaS 시장의 10%를 1년 안에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반면, 오라클, HP, IBM 등은 표면상으로나마 기존 서비스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고객층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아마존을 사용하던 벤처, 중소기업들이 사업규모 성장으로 더 큰 인프라를 원할 때 그들을 고객으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서비스냐 솔루션이냐

 

MS, IBM, HP, 오라클 등은 공통적으로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의 강점으로 보안과 안정성을 꼽는다. 컴퓨팅 시스템에 대해 어느 회사보다 깊은 이해와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도 앞세운다. IBM, HP, 오라클 등은 서버를 비롯한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및 구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도 자랑한다.

 

이들의 또 다른 강점은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이해도다. MS는 윈도 운영체제(OS)와 SQL서버, 닷넷(.NET) 프레임워크 등에서 강점을 드러낸다. MS의 PaaS는 광범위한 개발언어를 지원하며, 이전에 MS 기반 프로그래밍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별다른 거부감없이 클라우드 환경에서 웹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하둡 등을 이용한 분석 기능도 제공한다.

 

오라클은 막강한 데이터베이스(DB)와 자바, 웹로직 같은 플랫폼에 CRM, HCM 등 주요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한다. IaaS를 건너 뛰어 PaaS와 SaaS를 밀어붙이고 있다. 경쟁상대로는 아마존보다 세일즈포스와 SAP를 겨냥한다.

 

HP의 강점은 오픈스택이다. 오픈소스 기반 클라우드 플랫폼인 오픈스택을 활용해 인프라를 꾸렸다. 오픈스택의 강점은 어느 회사의 클라우드 환경과도 연결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마존에서 HP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경우 유리하다.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의 강점은 어찌됐든 퍼블릭 클라우드 그 자체에 올인한다는 점이다. 솔루션업체들이 퍼블릭을 표방하면서도,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을 독려하는 것과 달리 오직 공용 서비스에만 집중한다.

 

특히 서비스 관점에서 솔루션업체보다 우위에 서있다. MS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에서 성공한 역사가 없다. 오라클, IBM, HP 등은 불특정 다수를 위한 공개적인 서비스를 제공해본 경험이 부족하다. 일정규모 이상의 특정 몇몇 기업들에 특화된 서비스라면 몰라도, 대중적 서비스엔 취약하다.

 

아마존은 이에 더해 폭넓은 서비스 포트폴리오가 강점이다. 퍼블릭 클라우드를 오랜 시간 제공해오면서 수많은 서비스를 개발했다. 최근엔 애플리케이션 마켓도 열었다. 한국어 안내페이지를 오픈하고, 한국법인도 설립하는 등 국내 진출 작업도 진행중이다.

 

■한국 클라우드 시장 “오히려 잘 된 일”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입장은 당장 치열한 경쟁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국내 사업의 경우 더 영향력이 적을 것이란 전망도 내비쳤다.

 

윤동식 KT 클라우드추진본부 상무는 “한국어 웹페이지를 오픈하고 원화결제를 지원한다고 현지화를 마쳤다고 볼 수 없다”라며 “그들의 데이터센터가 여전히 해외에 있고, 고객의 문제에 대응하는 서비스 준비는 부족해 당장 경쟁이 치열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MS의 경우는 한국법인이 있기 때문에 국내사업 경험과 조직을 갖고 있어 아마존이나 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격적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각 솔루션업체들이 앞세우는 시스템 경험에 대해 “솔루션업체에 비해 통신사는 IT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선입견이 존재하긴 한다”라면서도 “문제는 속도나 성능보다 고객과 대화할 준비가 됐을 때 서비스를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또한 클라우드 시장이 막 성장단계에 접어든 상황이란 점에서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란 전망도 가능하다. 오히려 글로벌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순기능도 생각할 수 있다.

 

일반 기업들에게 익숙한 IT업체들이 퍼블릭 클라우드 분야에서 언급되면서,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상무는 “경쟁이 많아지면 전체적으로 클라우드를 사용해야 하는 당위성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한국MS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MS는 한국기업의 해외진출 시 매우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MS 측은 “해외서비스는 현지 규제에 따르기 위해 거쳐야 할 절차가 복잡하다”라며 “윈도 애저를 사용하면 모든 절차를 MS가 책임지고 수행하기 때문에 쉽고 빠르게 해외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이 활성화되면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택하는 주요 요소로 가격이 떠오른다. MS는 무료 사용기간을 90일 제공하는 등 잠정적인 고객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마존은 꾸준히 서비스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KT는 가격을 인하하면서 서비스 등급을 상향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오라클, HP, IBM 등은 아직 한국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다. 한국오라클 측은 “서비스가 이제 막 소개된 시점이기 때문에 국내 진출 계획 같은 세부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라고 밝혔다. 한국HP, 한국IBM 등은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공식적인 국내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