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철 기자 imc@zdnet.co.kr 2012.06.21 / PM 03:41


정부가 공공부문에 구축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이하 '공개SW') 시스템 유지관리서비스 대가기준을 정액제로 바꿨다. 내년 기대되는 공공부문 공개SW 시장 규모와 기회가 확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간 위축됐던 사업자 의지도 되살아날 전망이다.

 

지식경제부 소프트웨어산업과는 지난 13일 개정한 '공개소프트웨어(SW) 유지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지식경제부 예규 제41호로 최근 발표했다. 지난 2008년 1월1일자로 제정된지 거의 4년 반만에 내용이 바뀐 것이다.

 

이는 지난 4월 기획재정부가 통보한 '2013년도 예산안 작성 세부지침'에 따른 후속조치다. 지침은 공공기관 사용자가 공개SW기반 시스템을 구축후 그 운영을 위해 받는 유지관리 서비스 대가를 예산으로 편성하는 기준을 다뤘다.

 

▲ 지경부가 지난 13일 개정해 제41호 예규로 발표한 공개SW 유지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

달라진 예산안 작성 세부지침에 따르면 공개SW 시스템에 대한 유지관리 서비스 대가지급 예산을 편성하는 기준으로 기존 '정률제'가 아닌 '정액제'를 적용하게 된다.

 

■공개SW 유지관리서비스 대가산정, 무엇이 문제였나

 

정률제는 초기 시스템 구축비용에 포함된 상용SW의 라이선스 가격을 기준으로 일정 요율(%)을 정해 사후 관리 기간동안 지불하는 방식이다. 통상적으로 라이선스 가격은 그 기술을 일정기간 유지관리하는 인력과 부대비용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민간에서도 이같은 계약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라이선스 가격 개념이 없는 공개SW 도입을 계약하면서 정률제를 적용할 경우 문제가 생긴다. 공개SW 시스템 구축시 사용자는 해당 기술을 무상으로 쓰기 때문에 유지관리 서비스에 대한 요율을 적용할 기준이 없는 것이다.

 

20일 공개SW 전문기업 소프트웨어인라이프의 장선진 대표는 "구축 사업자들은 대가를 BMT를 위한 컨설팅비 등 인건비를 뭉뚱그려 '기술료'라는 명목으로 받기도 하고 제품을 납품할 때 투입인력에 대한 서비스 용역비를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 지식경제부 공개SW 유지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공개SW 유지관리서비스 계약체결시점. 상용SW와 공개SW간 구축단계, 사용 1차년도, 2차년도 이후 항목 대조표다.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에는 공개SW로 시스템을 구축시 비용산정 기준에 일관성이 없었다는 얘기다. 또 이전에도 정액제 방식으로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내용이 상당히 비현실적이었다. 라이선스 비용이 전혀 없기 때문에 수백만원 규모로 구축을 마치고나면 다음해 유지관리 계약시 10% 요율을 적용한다고 가정할 때 연간 대가는 수십만원에 불과한 식이다.

 

역시 공개SW를 전문으로 다루는 회사 이분투의 유명환 대표는 "기존 대가산정 방식에 정액제 책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며 "다만 가격 후려치기나 기술력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용자 인식이 문제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제 정부는 가이드라인에서 "공개SW가 무료라는 공식은 소스코드의 무료 사용에 한정되고, 그 활용을 위해 업체로부터 제공받는 유지관리 서비스는 유상"이라며 "라이선스 무상공급 후 일정금액을 유지관리 서비스 대가로 받는 정액제 방식이 공개SW 사업모델"임을 명시하고 있다.

 

향후 정부와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공개SW는 '시스템 구축단계' 또는 '기술 도입단계'부터 컨설팅 비용과 1차년도 유지관리 서비스 계약을 맺게 된다. 이후 사용자가 도입 2차년도에 공개SW사업자와 계약할 때 드는 예산은 가이드라인의 정액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계약기간은 최소 1년이며 연단위 정액제 방식으로 예산이 편성, 집행돼야 한다.

 

▲ 공개SW 유지관리서비스 대가산정을 위한 계약 단계별 검토사항 설명

■공개SW사업자 "환영한다"…불안요소는?

 

즉 공개SW를 도입할 예정이거나 이미 사용중인 공공기관들은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는 지금부터 정액제 방식으로 유지관리 서비스 대가를 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국내 공개SW 사업자들은 이미 공공부문 SW시장이 사실상 열린 것으로 보고 반기는 분위기다. 정률제서 정액제로 바뀐 예산 편성 지침은 내년부터 적용되지만 현재 공개SW사업자들이 내년 재계약 시점에 달라진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어서다.

 

공개SW업체 큐브리드의 정병주 대표는 "유지관리서비스 대가기준이 바뀌면서 사업자들은 이미 공공시장 SW구축사업 수주에 활발히 나서는 상황"이라며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공공부문 시장도 공개SW 사업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기회가 열린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물론 덮어놓고 낙관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사용자측이 SW기술지원 활동과 엔지니어의 노력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관행을 극복하는 게 숙제라는 지적이다. 유지관리서비스에 높은 기대치를 보이면서도 이를 실제 투자로 반영치 않으려는 사용자의 행태가 사라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지식경제부 공개SW 유지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일반적인 공개SW 유지관리서비스 항목. 크게 제품지원과 유지관리와 컨설팅서비스, 3가지로 구분해 세분화된 목적별 지원항목을 구분했다. 지원내역을 늘릴수록, 자주 보장받을수록 서비스등급이 높아진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개SW 사용자 기관들은 계약을 통해 사업자의 유지관리서비스 상품을 단계적, 선택적으로 세분화된 '서비스 수준'을 검토해 알맞은 항목을 지원받도록 돼 있다. 공개SW 유지관리는 제공되는 기술서비스 항목에 따라서, 그리고 긴급장애나 예방지원 서비스는 지원시간과 응답시간과 지원횟수에 따라서 기본, 표준, 고급, 3가지로 구별된다. 사용자 기관측이 계약은 가장 저렴한 기본 서비스로 체결하고 실제 유지관리기간에는 고급 수준 서비스를 요구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게 주된 우려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가이드라인이 명문화된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이 성과는 단지 공개SW 산업뿐 아니라 국내 SW업계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가이드라인에 쓰인 용어 '유지관리'는 기존에 공짜로 인식됐던 '유지보수'라는 표현을 지양하고 '관리'라는 가치를 부각시켜 낙후된 SW기술 활동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범위도 공개SW뿐아니라 라이선스료가 없는 상용SW 전반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사용권과 소스코드까지 무상 제공하는 공개SW 유지관리서비스 구매 외에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지만 SW를 무료로 제공하는 상용SW에 대한 기술지원 서비스 구매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