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철 기자 imc@zdnet.co.kr 2013.01.08 / AM 09:51

 

비영리단체 오픈웹이 국내 IT정책의 문제를 짚고 제도 개선으로 시민 권리 강화를 꾀하는 '오픈웹파운데이션'을 출범한다. 그 활동과 목소리가 새해 들어설 정부의 관련 방침에 힘을 보태 구체화될 것인지 지켜볼만하다.

 

지난해 12월 오픈웹파운데이션 상근활동가 채용당시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활동 계획 내용은 여러 전문가들의 중립적인 정보를 다루는 공동블로그 운영, 올바른 IT정책 채택과 교정을 요구하는 캠페인, 대안이 없을 경우 수단으로 공익소송 수행, 해당 분야 연구인력을 위한 장학금 지원과 세미나 주최 등 학술활동 후원을 포함한다.

 

오픈웹파운데이션의 성격은 기존 오픈웹이 해온 웹기술 분야 활동을 공공데이터, 망중립성, 폐쇄적 규제 개정, 표현의 자유 등 다른 분야로 넓힌 듯하다. 오픈웹은 앞서 정부의 공인인증제도 폐지를 포함한 기술중립성과 웹 접근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김기창 대표를 중심으로 기술적, 정치적 측면에서 공인인증제도 비판과 폐지 여론 만들기에 주력해왔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8일 김기창 오픈웹 대표는 "오픈웹파운데이션이 진행할 사업으로 공공정보 개방, 표현의 자유, 저작권 이슈와 공인인증제도를 포함해 불합리한 정부 규제를 개선해나가기 위한 활동을 계획중"이라며 "다음달 출범하고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법인설립, 이사진 구성 등 사무와 행정 관련 절차를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오픈웹파운데이션의 이사진은 김 대표를 포함해 10명 안팎이다. 국내 통신서비스 관련 이슈 전문가로 알려진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 음란물 유포혐의로 기소됐다 무죄 판결을 받으며 표현의 자유를 실험대에 올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박경신 심의위원도 참여한다. 고문 역할로 우리나라 인터넷의 창시자로 불리는 일본 게이오대 전길남 교수도 이름을 올렸다.

 

다만 실질적인 활동은 이사진보다 콘텐츠를 제공할 외부 시민 참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활동을 전개한다는 게 김 대표의 구상이다.

 

김 대표는 "믿을만한 정보들을 기반으로 여론을 주도할 IT정책을 만들어 정책결정권자, 오피니언리더들과 웹, 팟캐스트, 영상블로그 등을 통해 공유할 방침"이라며 "필요시 인터넷실명제 위헌소송 등 잘못된 정책으로 시민들의 권리가 침해되는 사안에 법적 대응 기능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오픈웹파운데이션은 시민들과 더불어 IT관련 정책을 제안하고 기존 규제를 바꿔가는 활동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이 맡을 차기 정부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망중립성이용자포럼은 박 당선인이 지난해 선거당시 낸 IT공약을 "일부 전향적 측면이 있지만 현 정부 정책과 큰 차이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IT정책은 민간의 자율보다는 중앙정부의 통제에 무게를 둬온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에 이와 비슷한 활동들은?

 

이 구상과 비슷한 일을 앞서 진보네트워크센터(이하 진보넷)가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진보넷은 지난 1998년 출범하며 정보인권 보호, 사회운동을 위한 독립네트워크 구축을 설립 목적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8월 위헌판결이 내려진 인터넷실명제 소송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정보인권정책을 생산하고 운동을 추진하는 조직과 이를 온라인에서 지원하고 강화할 오픈소스 기술 커뮤니티와 서비스 담당 조직이 활동중이다.

 

그리고 미국에도 이름이 똑같은 '오픈웹파운데이션(OWF)'이 있어 국내 단체와 헷갈릴 수 있는데, 이들은 서로 전혀 무관하다. 국내 오픈웹파운데이션과 달리 미국의 OWF은 업계서 통용될 웹기술 표준 프로젝트를 상호 조율하는 목적으로 지난 2008년 7월 출범했다. 업계서 제각각 개발하던 사용자 인증기술 OAuth나 오픈ID 등을 묶고 표준화 합의를 유도하며 당사자간 제소를 예방하는 등의 목적을 추구했다.

 

오히려 국내 오픈웹파운데이션의 방향성은 미국 비영리단체 전자프론티어재단(EFF)을 더 닮았다. EFF는 미국에서 인터넷 거버넌스, 망중립성, 저작권 등 사용자 문화와 권리 전반을 아울러 진보적인 정책 의제를 제안해온 비영리조직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0년 사이버운동가 존 페리 바를로와 로터스 창업자 미첼 케이퍼가 인터넷 자유와 관련된 정치적, 제도적 이슈 형성을 목적으로 결성해 이를 위한 기술과 콘텐츠를 공유하며 풀뿌리 시민행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알려진 EFF의 활동 이력으로 향후 오픈웹파운데이션이 진행할 사업 내용을 짐작해볼 수 있겠다. EFF는 ▲파이어폭스와 크롬의 감청방지 부가기능 'HTTPS에브리웨어' 개발 지원과 보급 ▲브라우저 사용자 신원보호 수준을 알려주는 '판옵티클릭' 서비스 제공 ▲시리아 정부의 민주주의운동가 탄압에 대응해 국외로 연결되는 안전한 통신수단을 보장하라는 청원 서명 운동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입법과 관련, 지역 의원들에 운영 투명화와 인터넷 개방성 보장을 요구하는 메일보내기 운동 ▲아이튠스 음악파일에 개인정보를 심은 애플을 비판하고 모바일 또는 게임 콘솔기기 탈옥(해킹) 합법화를 주장 ▲초능력자로 알려진 유리 겔러를 비판해 고소당한 동영상 제작자를 대신해 겔러를 역고소하는 등 활동을 펼쳤다.

 

한편 오픈웹은 지난달 '올브라우저 프로젝트' 공식사이트를 열어 브라우저 다양성을 지원하고 더 나은 경험을 위한 환경을 만들 대화공간으로 삼겠다고 예고했지만 아직 이루지 못했다. 김 대표는 당초 계획보다 일정상 진행상황이 늦어진 부분이 있었지만 10일 이내에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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