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용 기자 yong2@zdnet.co.kr 2013.01.18 / AM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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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등 서비스업체와 칩제조사의 오픈 하드웨어 움직임이 데이터센터 시장을 강타했다. 고객과 부품업체의 반격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데이터센터 요소별 제조업체들에게 전방위 압력을 가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서 개막한 '오픈컴퓨트2013' 행사 첫날 페이스북, 인텔, AMD, 랙스페이스 등은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로 개발된 개방형 하드웨어 시스템을 대거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OCP 결과물은 랙마운트 서버의 컴퓨팅, 스토리지, 네트워크 요소를 모듈형태로 분리시킨 분할 랙, 새로운 인터커넥트 기술인 광실리콘 등이다.


 

■페이스북 "하드웨어의 소프트웨어 최적화 방안은 모듈화"

페이스북은 ‘그룹허그’로 이름붙여진 메인보드를 공개했다. 이 메인보드는 인텔, ADM, 칼세다, 어플라이드마이크로 등의 각종 프로세서와 SOC를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만약 인텔, AMD, 칼세다 등의 프로세서를 함께 사용하고 싶다면, 각 프로세서마다 별도의 메인보드에 장착한다. 메인보드에 프로세서 카드는 8배속 PCI익스프레스 커넥터를 통해 연결된다. 메인보드는 3칸의 서킷을 갖고 있어, 서킷 당 최대 10개의 SOC를 장착할 수 있다.

인텔, AMD, 칼세다, 어플라이드마이크로는 이 메인보드를 지원하는 SOC를 개발해 공개시연했다.

▲ 페이스북이 공개한 그룹허그 메인보드. 랙 상단은 인텔의 광실리콘 기반 100Gbps 이더넷 스위치

메인보드와 함께 나온 발표는 분할 랙이다. 분할 랙은 랙마운트 서버를 구성하는 컴퓨팅, 스토리지, 네트워크 요소들을 각각 분리해 모듈형태로 제작한 것이다. 각 요소들은 하나의 독립적인 모듈로서 랙의 한 칸을 차지한다.

프랭크 프랭코브스키 페이스북 하드웨어 설계 및 공급망부문 부사장은 "오늘날 하드웨어 디자인의 가장 큰 어려움은 소프트웨어가 가고자하는 방향을 예측하는 것"이라며 "소프트웨어는 정말 정말 빠르게 변할 수 있는데, 물리적인 세상에서 하드웨어는 적은 키입력으로 변화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가 진화하면 그에 따라 재료를 선택하고, 디자인한 후 다듬는 과정을 거쳐 실제 제작에 들어간다. 이 과정은 빠른 시간에 이뤄지지 않고, 기약없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한다. 결국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 진화를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는 "소프트웨어가 움직이는 속도와 하드웨어 배열을 바꾸는 속도 사이에 저항요소의 불일치가 존재한다"라며 "전통적으로 서버는 단단한 하나로 짜인 돌덩이처럼 디자인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는 서버 하드웨어가 하나의 섀시에 CPU, 메모리, 스토리지, 네트워크, 전원, 쿨러 등의 구성요소로 긴밀하게 엮여 있는 것을 말한다. 하나의 완제품으로서 서버는 각 구성요소의 구성을 자유롭게 변경하기 어렵고, 요소별로 교체하는 게 쉽지 않다.

분할랙은 이런 전통적인 서버의 개념을 바꿔놓는다. 분할랙의 가장 큰 혁신성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따라 하드웨어도 필요한 요소를 적시에 교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애플리케이션이 더 많은 저장공간을 원하면 스토리지 모듈을 교체하고, 더 많은 네트워크 대역폭을 원하면, 네트워크 모듈만 교체하는 식이다. 소프트웨어에 맞게 부품별로 최적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프트웨어 진화에 둔한 움직임을 보이는 하드웨어의 단점을 극복하는 일반적인 방식은 가상화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가상화만이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드웨어 구성요소 중 일부만 유연하게 교체해도 소프트웨어 진화의 요구를 얼마든 재빨리 수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분할된 서버, 광실리콘으로 연결

컴퓨트,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을 모듈별로 나눠 놓는다면 I/O 처리속도가 문제다. 이를 위해 인텔은 광실리콘이란 새 전송기술을 선보였다. 분할 랙에 장착된 모듈을 연결하는 광실리콘 기반의 100기가비트이더넷 스위치가 이날 공개됐다.

광실리콘은 구리배선을 이용한 전통적인 데이터 전송방식에서 탈피한다. 데이터는 얇은 광섬유를 통해 이동하며, 레이저(광양자)를 전송수단으로 사용한다.

저스틴 래트너 인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인텔과 페이스북은 새로운 분할, 랙스케일 서버 아키텍처로 향후 10년간 메가 데이터센터 설계의 미래를 정의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라며 "분할 랙 아키텍처는 현재의 구리 배선과 비교했을 때 더 적은 케이블과 증가된 대역폭, 극단적인 전력효율성을 달성하는 대역폭 100Gbps의 인텔 광실리콘 기술에 기반한 인텔의 새로운 광 아키텍처를 포함한다”고 말했다.

래트너는 새로운 아키텍처가 저비용 실리콘을 사용해 전례 없는 속도와 에너지 효율성의 광 디바이스로 완전히 통합된 레이저, 모듈레이터, 탐지기 등을 포함한 실리콘 기반 광 디바이스 제품군을 발명하기 위한 십년 이상의 연구에 기반한다고 설명했다.

프랭코브스키 페이스북 부사장은 "광실리콘이 물리적 배치에 대한 염려를 줄이면서 이러한 리소스의 상호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 매우 기대한다"라며 “오픈된 기술 개발과 오픈 컴퓨트 프로젝트에 대한 공헌이 궁극적으로 전체 산업계에서 기존 시스템 설계의 최적화 갭을 줄여줄 것으로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광실리콘을 이용한 인터커넥트는 데이터센터 네트워킹을 책임져온 시스코시스템즈, 주니퍼네트웍스, 아리스타네트웍스 등에 위협이다. 전통적인 네트워킹 업체들은 아직 이더넷 전송에 구리선에 의존하고 있다. 앤디 벡톨샤임이 주도하는 아리스타 정도가 광양자 기술을 적극적으로 채용할 움직임을 보인다.

 

■웹호스팅업체도 서버 자체제작, 서버업체 위기

랙스페이스는 웹호스팅업체 중 처음으로 페이스북, 구글처럼 자체제작한 서버를 공개했다. 웹호스팅 회사가 드디어 서버 자체제작을 결정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 랙스페이스의 자체제작 서버
랙스페이스는 페이스북처럼 특정 웹서비스에 특화된 서버보다 더 표준화된 서버를 디자인했다. 하지만 총소유비용(TCO) 관점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운영에 더 적합하도록 디자인의 초점을 맞췄다.

랙스페이스는 이 서버가 데이터센터 TCO의 20~30%를 절감해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사는 HP와 델의 서버 9만대를 운영중이다.랙스페이스 자체 서버는 위스트론, 콴타에서 조립된다.

이날 랙스페이스뿐 아니라 NTT, 오렌지 등의 호스팅사업자도 오픈컴퓨트파운데이션(OCF)에 가입했다.

이는 HP, 델 등 전통적인 x86서버업체에게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x86 서버는 유닉스 시스템의 리눅스, 윈도 시스템 전환에 힘입어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오랜 시간 x86 서버시장의 강자였던 HP나 델은 작년초반까지 그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점차 대기업들도 엔터프라이즈급 SLA를 제공하는 서버호스팅과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에게 IT인프라 운영을 맡기는 상황이다. 서버업체의 주요고객이 일반기업에서 서비스사업자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웹서비스, 웹호스팅, 클라우드 사업자의 OCP 참여는 기존 서버업체의 사업모델을 위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