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용 기자 yong2@zdnet.co.kr 2013.02.04 / AM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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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시장이 상반기 중 국면 전환기를 맞는다. 미국과 일본 등에 비해 다소 늦은 출발이지만 정부, 기업, 대학 등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창 투자 방향과 성격이 만들어지는 가운데, 선택이 미래의 결말을 좌우하게 된다.

 

상반기 중 일어날 일들이 시장형성 움직임은 아니다. SDN 전문업체들이 실제 매출을 기대할 거리는 없다. 다만, 세계 네트워킹 산업의 큰 흐름인 SDN에 대응하기 위한 업계 기반을 다진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기인 것이다

 

하지만 정부 부처간 밥그릇 싸움과 유리한 방향을 만들어내려는 관계자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실제 산업 활성화와 멀어지려는 조짐이 나타난다.

 



 
■정부, 통신사 투자 출발선에

 
작년부터 나오던 정부의 SDN 연구개발(R&D) 80억원 투자가 올해 진행된다. 그 외에도 수백억원대 투자논의가 진해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와 SK텔레콤은 작년부터 시작한 SDN 도입검토 작업을 확대해 더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한다. 컨트롤러 확보와 더불어 다양한 활용 모델을 검토중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을 비롯한 정부기관과 SDN 개발업체, 한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한국오픈네트워킹포럼도 곧 출범할 예정이다. 앞으로 들어설 포럼은 국내 SDN 관계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방향성을 설정하고, 사업 계획 마련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신생업체를 위한 SDN 공개테스트베드 구축논의도 시작됐다. 현재 NIA의 KOREN망을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최근 정부는 유럽연합(EU) 미래인터넷 R&D 과제 `페더레이션 포 퓨처인터넷리서치(FED4FIRE)`에 테스트베드 인프라로 KOREN을 제공하게 됐다. 한국과 유럽의 광대역 네트어크에 SDN을 적용한다는 기획이다. 여기에 한국의 신생업체이자 국내 첫 오픈플로 컨트롤러를 개발한 연세대 박성용 교수팀이 참여한다.

 
유기훈 오픈플로우코리아 운영자는 지난달 23일 개최한 ‘제3회 SDN 인터레스트그룹 정기세미나’에서 “올해 상반기 중 구체적인 SDN 적용사례가 도출될 것”이라며 “보수적으로 잡아도 수백억원대 투자가 정부와 기업체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새로운 국면을 예상했다.

 
■잇속 챙기기에 시장 형성은 멀어진다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정부조직간 불협화음이 노출되고 있다. 당초 다음달 13일 출범할 예정이었던 한국오픈네트워킹포럼은 뒤늦게 합류를 선언한 방송통신위원회 탓에 정식 출범시점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정부기관의 투자 움직임도 실제 네트워킹 산업 활성화보다, ETRI와 정부기관 중심의 직접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업계에서 요구해온 SDN 테스트베드 구축 문제는 실제 기업체에 공급할 수준의 솔루션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과는 상관없는 얘기로 흘러간다.

 
ETRI는 수년간 SDN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ETRI는 오픈플로와 유사한 FIRST란 플랫폼을 개발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상용화 수준엔 못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연구과제를 선정받아 예산만 받아내려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시스템인데 유용한 성과를 내놓을 리 만무하다”라고 비판했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지식경제부와 방통위의 힘겨루기도 시작됐다.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미래인터넷 관련 부처들은 향후 미래창조과학부로 통합돼 운영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각 부처들이 조직통합에 앞서 유망 사업을 미리 자신의 몫으로 확보해두려는 노림수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국내 IT업계에 오랜 시간 종사해온 한 관계자는 “지금 정부부처와 유관기관의 행태를 보면, 온갖 국산화를 부르짖다 모두 실패한 전력을 떠올리게 한다”라며 “민간의 산업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 구축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정부주도형 사업으로 이끌려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낙관이든 비관이든 전환기는 온다

 
전반적인 움직임은 어떤 결과로든 전환기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SDN과 오픈플로는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화제거리가 아니라, 전세계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연구되는 것이다. 세계 흐름에 뒤처지느냐, 세계 흐름을 앞서가느냐의 여부가 올해 판가름나게 된다.

 
네트워크업체 관계자는 “정부기관 관계자들은 SDN과 오픈플로를 구분하는 것부터 다시 공부하라”면서 “둘을 혼용하는 것은 시장의 몰이해를 가져온다”라고 강조했다.

 
SDN은 통신사,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구조를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꾸자는 개념이다. 네트워크 장비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해 IT 인프라 전체를 쉽고, 빠르게 운영하자는 취지다.

 
SDN은 네트워크 장비의 컨트롤 플레인과 데이터 플레인을 분리하고, 컨트롤 플레인을 한곳에 모아 중앙집중형태의 네트워크 관리를 구현한다. 컨트롤 플레인을 빼낸 네트워크 장비는 데이터 전송만 처리하고, ACL, 컨피규레이션, 배포, 보안, 모니터링 등의 기능은 중앙의 컨트롤러가 맡는다.

 
이런 SDN의 개념에서 출발해 실제 기술로 개발되기 시작한 게 오픈플로다. 오픈플로는 컨트롤러와 데이터 플레인이 정보를 주고받는데 사용하는 오픈소스 프로토콜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는 오픈플로다. SDN은 기존 네트워크 장비업체에서도 제공되오던 프로그래밍 도구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오픈소스인 오픈플로를 활용해 컨트롤러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 시스코시스템즈를 위시한 기존 네트워크 장비업체 주도의 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정부가 주도하려는 쪽은 오픈플로가 아닌 SDN이다. 상용솔루션이든 오픈소스든 상관없이 소프트웨어로 네트워크만 만들어내면 될 것이란 단순한 생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미국은 오픈플로 관련 업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브로드컴과 같은 네트워크 칩셋 제조업체는 SDN과 오픈플로에 특화된 칩을 내놓기 시작했다. ‘오픈네트워킹파운데이션(ONF)’은 오픈플로의 구체적 스펙을 잡아가고 있다. 현재 오픈플로 1.0 버전의 마이너 업데이트가 이뤄지고 있으며, 올해 이후 기업체에서 사용가능한 수준의 플랫폼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픈플로우코리아 관계자는 "해외에서 벌어지는 빠른 변화의 시점을 놓치면 다시는 따라잡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