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픈소스SW 시장, 올해는 ‘꽃 피울까?’   
공개SW 활성화 위한 ‘인식의 전환’과 ‘정부 지원책’ 절실
2010년 01월 20일 (수) 18:47:46 차향미 기자chakitty@itdaily.kr
오픈소스SW가 국내 상륙한지 올해로 19년째를 맞았지만, 국내 시장 상황은 여전히 척박하다. 가시적인 성과를 중요시하는 국내 환경 탓도 적지 않지만, 참여중심 시장 형성으로 발전을 거듭하는 유럽?미국 등과 달리 국내엔 공개SW를 활성화시킬 실질적인 지원책이 없기 때문이다.

또 그간 오픈소스SW 전문업체들이 정리되면서, 현재 남아있는 기업들도 얼마 되지 않는 실정이다. 공개SW협회에 따르면, 99년 리눅스협의회 창설 당시 300여 개의 회원사가 현재는 30여 개가 전부다.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국이 오픈소스SW 소비국으로 머물러있는 이유다.

그러나 국내 오픈소스SW 시장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상암동에는 ‘공개SW 역량 프라자’가 오픈하는가 하면, 개발자 육성을 위한 ’공개SW공모대전’ 등 정부?협회 차원의 지원책이 조금씩 활기를 띄고 있다. 또 국내 토종 오픈소스SW 업체들도 매년 발전된 성과를 올리고 있다.

글로벌 오픈소스 커뮤니티 소스포지닷넷(SourceForge.net)에는 국내 오픈소스SW업체들이 등록, 유엔진솔루션즈나 큐브리드 등은 인기순위 100위권 안에 드는 등 프로젝트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국내 오픈소스SW 시장, 얼마나 형성됐나=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발표한 공공부문 공개SW 도입 현황을 살펴보면, 2005년 전체 중앙행정기관의 25.3%가 신규 공개SW를 도입했으며, 2006년과 2007년에는 각각 37%와 37.4%로 공개SW 도입률이 점차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OS별 서버 및 데스크톱 OS 시장 점유율은 2009년 기준 리눅스 도입 비율이 2만 7920만대(26.7%)인 것에 반해 윈도우 도입 비율은 6만 6413대(63.6%)로, 아직까지 상용SW 도입이 활발한 것을 알 수 있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도 오픈소스SW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경제 불황으로 공공기관 및 기업들 최대 관심사가 ‘비용 절감’이 됐기 때문. 투자비 등 총소유비용(TCO)을 줄이려는 기업들의 행보가 오픈소스SW 업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레드햇 마케팅 박유나 차장은 “지난해 국내 비즈니스 상황은 특히 좋지 않았지만, 그나마 성장을 이룬 분야가 오픈소스SW 분야”라며, “오픈소스SW는 하드웨어보다 마진율이 비교적 높기 때문에 총 매출이 높지 않더라도 수익이 높게 나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진출 8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레드햇은 지난해 금융기관을 비롯해 서울의회, 중소기업청, 대전 연구소 등의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운영체제는 물론 제이보스라는 미들웨어 시장까지 사업범위를 확장하며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2003년 오픈소스SW 프로젝트를 시작한 BPM 전문업체 유엔진솔루션즈는 우리은행, 대우증권, 생산기술연구원 등 다수의 금융권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5배 성장을 이뤘으며, 올해 2~3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큐브리드는 지난 2008년 11월 오픈소스 선언 이후, 개발자 및 사용자 확산을 목표로 연간 3만 2000건(월 4000건)의 다운로드와 500여 개(추정치)의 사용고객 등을 확보하며 국내 오픈소스SW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RIA 전문업체 토마토시스템스는 지난해 총 10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매년 50~60%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고객사도 150곳 정도로 늘었다. 올해 매출 역시 전년대비 50% 이상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픈소스 SW업체, 올해 전략은=국내 오픈소스 SW업체들의 올해 전략 키워드는 ‘컨설팅’ ‘개발자확보’ ‘서비스개선’ 등 각 분야 특성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레드햇은 올해 제품보다는 솔루션 자체, ‘트렌드’를 앞세운다는 전략이다. 최근 IT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가상화 기술을 활용한 기술로 제품을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것. 지난해 11월 레드햇은 가상화 지원 범위를 확장한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새 버전 ‘RHEL 5.4’을 발표했다.

또, 한국레드햇은 개발자 확보가 곧 오픈소스 사업 성공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마케팅팀 박유나 차장은 “개발자들간의 관계가 비지니스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며, “정기적인 행사를 만들고 오프라인 형태의 교류의 장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유엔진은 올해 전략 키워드를 ‘컨설팅=교육’으로 잡고 있다. ‘트렌드 트레이너’라는 센터를 개설해 컨설턴트를 배양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생소한 BPM(비즈니스 프로젝트 관리)분야를 알리고, 컨설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큐브리드의 2010년 목표는 ‘글로벌 오픈소스 활성화’다. 마이SQL과 같은 글로벌 오픈소스 DBMS로 거듭나기 위해 해외 사용자, 해외 파트너, 글로벌 오픈소스 응용프로그램과 연계해 해외 마케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오픈소스 플랫폼 소스포지닷넷에서 랭킹 30위 안에 들어가는 것 역시 목표라고 밝혔다.

RIA(Rich Internet Application) 분야는 자체 특성상 웹 접근성이 취약한 부분이 상존해 있다. 따라서 토마토시스템스는 이 부분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토마토시스템스 이상돈 대표는 “올해 RIA 제품군에 웹 접근성을 높이는 등 UI를 기술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픈소스가 넘어야 할 ‘과제’는=업계는 공개SW 확산이 더욱 빠른 속도로 전개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인식의 전환’과 ‘정부 지원책 마련’을 꼽았다.

오픈소스SW 업체들 수익모델은 ‘서브스크립션’이다. 기존 사용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라이선스 소유권을 판매하고 추가로 유지보수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과 달리, 기술 지원을 제공하면서 연간 단위로 서비스를 계약하는 방식이다.

이는 오픈소스SW는 공짜라는 고객들의 인식에 친근하지 않은 것은 물론, 고객들은 또 한번 구축한 시스템이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재계약을 이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오픈소스SW에 대한 국내 사용자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얘기다. 오픈소스가 ‘오픈=개방’이라는 것이지, 무료가 아니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것.

유엔진솔루션즈 장진영 대표는 “고객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고, 그 서비스에 대한 대가가 다시 오픈소스 SW의 발전에 기여될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시범 사업과 기술 지원 체계는 물론, 공개SW 유비보수 서비스 등 관련된 가이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업계는 국내에서도 유럽?미국 등 선진국처럼 오픈소스 사용을 권고하는 ‘강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좀더 현실화된 정부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마토시스템스 이상돈 대표는 “국내 IT산업에서 유명한 통신, 자동차, 반도체 분야들은 국가 차원의 지원책이 있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며, “반면 소프트웨어는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은 물론,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