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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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이하 오픈소스)가 최근 IT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만약 우리가 오픈소스 개발 역량을 키우지 않는다면 미래 산업의 중요한 축을 놓치는 것과 같습니다.”

송상효 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장은 “다양한 시장조사 전문기관과 글로벌 매체들이 오픈소스의 세계적 흐름을 조망하고 있다”며 “이는 그만큼 IT 전반에 걸쳐 오픈소스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사를 보면 원래 소프트웨어는 물건과 같은 제품이 아니었다.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는 좀 자유로웠으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컸다. 오픈소스 운동이 함께 시작된 이유이다.

그런데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왜곡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오라클 등과 같은 회사들이 제품화로 수익을 올리자 소프트웨어는 소유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몇 년 사이 IT 변화가 급속히 빨라지면서 상용 프로그램으로는 이 속도를 감당해내기 어려워졌다.

오픈소스, IT의 새 분야 이끌어

오픈소스는 바로 이런 상황에 대안이 됐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까닭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쉽고 게다가 여러 개발자들이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문제 해결이 용이해진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서이다.

송상효 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장 ⓒ 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

송상효 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장 ⓒ 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

‘클라우드’는 오픈소스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린 주인공이다. 물론 ‘야후, 네이버, 다음’ 등 대표적인 포털기업들이 오픈소스를 적극 사용하고 있지만, ‘클라우드’가 등장하면서 소프트웨어는 모두가 공유하는 소스코드로 바뀌게 되는 변곡점이 됐다.

“클라우드의 기반 기술은 가상화입니다. 알다시피 가상화는 예전부터 있던 기술이었습니다. 단순히 기술로만 존재하던 가상화를 실제 현장으로 끌어들인 것이 클라우드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클라우드를 IT의 이슈로 만들어낸 배경에는 오픈스택(OpenStack)이라는 오픈소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송 회장은 “오픈스택은 일반적인 서버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생성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인데, 정확히 말하자면 오픈스택이 나오자 클라우드 서비스가 부상한 것”이라며 “지금 관심을 받고 있는 빅데이터나 사물인터넷(IoT)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빅데이터는 오픈소스에 대한 관심을 대중화 시켰다. 데이터 분석에 이용되는 하둡(Hadoop)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시스템(RDBMS)에 넣어서 분석하려고 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저장하는 돈도 많이 들고 분석하는데 비용도 높아만 갔다.

데이터 이용에도 한정적이다. 비즈니스 영역에 거래 데이터 정도였다. 데이터가 쌓이는 위치도 달라졌다. 과거에 인터넷 전자상거래 영역에 쌓였지만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에 기하급수적으로 쌓였다. 문제는 전자상거래 분석 툴로 소셜 네트워크의 정보를 분석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 상황을 해결한 것이 하둡이다. 물론 이미 존재하던 오픈소스였지만 하둡이 빅데이터를 만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송 회장은 “빅데이터 분야에서 하둡은 사실상 표준이 돼서 관련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며 “아이비엠(IBM)이나 에이치피(HP) 등과 같은 데이터베이스 관련 기업이 하둡 기능을 구현한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하둡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물인터넷의 경우에는 좀 특이하기는 하다. ‘아두이노, 라즈베리파이’ 등 근간이 되는 오픈소스 하드웨어가 먼저 문을 열었다. 그러나 송 회장은 “사물인터넷도 제대로 쓰일 때가 되면  ‘클라우드의 오픈스택, 빅데이터의 하둡’과 같은 선도하는 오픈소스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사물인터넷 분야 기술의 2/3가 오픈소스라는 점이 그 예상의 근거”라고 답을 했다.

오픈소스는 특허 자체가 발전에 장애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한번쯤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다. 특허나 저작권 문제이다. 오픈소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도 하고 인식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소스와 관련해서 이 부분에 대해서 논란이 존재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를 정확히 구분하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진 문서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기반으로 프로그램 언어로 만들어진 소스코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특허대상은 프로그램이 설계된 문서이고, 소스코드는 저작권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송 회장은 “문서에 특허를 주게 되면 그 영역에서는 같은 기능의 성능 좋은 소프트웨어가 나올 수 없다”며 “예를 들어 ‘단문 메시지 서비스(SMS)’에 특허를 걸었다면 ‘카카오톡’은 세상에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한글에 특허라는 장벽을 치게 되면, 한글로 된 시나 문학 혹은 보고서 등 한글로는 그 어떤 것도 만들어낼 수 없는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여행서적을 연상해 봐도 이해가 쉽다. 제주도 올레 1코스를 걸었다고 해도 그 곳을 스케치하는 사람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누구는 풍경에 대해 논할 것이고, 누구는 그 길 위에서 사색에 대해 말할 것이다. 물론 또 다른 누군가는 전혀 다른 부분에 대해 쓸 것이다.

“책을 쓴 저자는 그 안의 콘텐츠가 중요하지 그 코스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코스에 특허를 건다면 올레 1코스는 그 누구도 갈 수 없는 곳이 되고요.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무엇을 보호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에서는 어떻게 해야 더 발전할 수 있을지를 기준에 두고 판단해야 합니다.”

송 회장은 “지피엘(GNU General Public License, GPL)이 리눅스 관련해서 특허를 걸지 않는 것도, 아파치 라이센스가 특허를 낼 수는 있지만 인정하지 않는 것도, 특허를 거는 순간 모든 사람이 더 이상 개발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뭔가 아이디어를 만들어 좀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 소스코드에 대해 이익을 개발자에게 주는 저작권을 부여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예전에는 오픈소스가 대안이었다면 새로운 영역에서는 먼저 영역을 만들고 대안을 제시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어서”라고 덧붙여 밝혔다….(계속)


※ 본 인터뷰는 9월 16일자 사이언스타임즈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