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오픈소스SW 가치는 `나눔`
김상기 KT DS SW기술연구소 마이스터
 

 
올 들어 IT 관련 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제4차 산업혁명'이다. 몇 해 전부터 사용되던 가상-증강 현실, 자율주행 차량, 인공지능 같은 단어들이 '제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로 통합되고 있다. 언제 3차 산업혁명을 이룬 것인지 모호한 가운데, 사회 전 분야에서 화두로 내세운다. 이 시점에 최근 언론을 통해 '정부통합전산센터, 오라클 DBMS 사용 줄인다'라는 사실을 접하고, 대세로 자리잡은 '제4차 산업혁명'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의 긴밀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언론에 따르면, 2016년부터 정부는 본격적으로 정부통합전산센터 클라우드 전환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데이터베이스 서버도 오픈소스 기반 또는 국산 SW로 교체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오픈소스 도입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시대 흐름이 정책에 반영된 것이다.

요즘 IT 분야에서 오픈소스 SW를 배제하고 사업을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웹 서버, 빅데이터 분석 도구들, 컴퓨터가 스스로 공부하는 머신러닝, 자율주행 차량 경로 탐색에서도 오픈소스 SW가 사용된다. 시장경제 관점으로 보면, 거의 모든 IT 분야에서 오픈소스 SW가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단연, '비용 절감'이다. 오픈소스 SW를 공짜로 가져다 쓰면, IT 서비스를 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에는 큰 함정이 있다. 지속적으로 그저 가져다 쓰기만 한다면, 해당 SW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해당 SW의 개발이 중단되거나, 판매전략이 바뀌어 유료화되면, 가져다 쓰던 쪽은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된다. 작년 말 오라클이 자바(JAVA) 상용 컴포넌트 사용에 대해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발표가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오픈소스 SW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에 정부와 기업, 개인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지금의 시대 흐름은 융합(서로 어울림)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좇고 있다. 많은 사람의 서로 다른 생각과 노력이, 하나의 오픈소스 SW가 계속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것이 오픈소스 SW의 가치 중 하나인 '컨버전스(융합)'다. 발빠른 기업들은 이러한 오픈소스 SW 특성을 간파하고 이미 오픈소스 커미터(핵심 개발자) 확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장경제 관점만을 고려해 단지 투자를 통한 또 하나의 오픈소스 SW를 생산하는데 그친다면, 그것은 특정 기업의 전유물로 전락할 것이며, 서로 어울려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국내 오픈소스 생태계를 이끌어 온 주체는 개인(개발자)이었고, 커뮤니티가 허브(hub) 역할을 해 왔다. 필자가 활동 중인 커뮤니티에도 전세계 개발자가 하루 평균 150여건의 의견을 나누며 더 나은 기술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현 시점에서, 국가 차원의 주도적 움직임이 있어야 할 때다.

이러한 맥락에서, 합리적인 통합전산센터 구축과 운영으로 시스템들을 최신 상태로 유지하고, 기술력을 확보하고, 그로 인해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크게 환영받고 있다. 이것이 오픈소스 SW의 또 다른 가치인 '나눔'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곧 세금이 범국민적 이익을 위해 잘 활용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필자는 정부의 투자가 유망 IT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 관계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 다른 취약 산업 분야의 투자로 이어져, 사회적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사업에까지 사용된다면 진정한 오픈소스 SW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는 기업의 동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컴퓨터가 컴퓨터를 만드는 시대에 맞서기 위해, IT 산업의 시대 정신이 오픈소스 SW의 정신인 '융합'과 '나눔'이어야, 인간이 그 산업혁명에 주역일 수 있다. 그래야 제4차 산업혁명이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것이다.

 

[출처 : 디지털타임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70213021022698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