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티 콤펠라 주니퍼네트웍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이 회사 본사에서 만났다.

 

 

“우리 회사가 하드웨어 회사 같나, 소프트웨어 회사 같나?”

 

모두가 소프트웨어를 외친다. 하드웨어 기업도 마찬가지다. 서버, 라우터, 스위치같은 비 IT인이 들으면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들을만큼 어렵게 느껴지는 장비를 만들던 회사도 “우리는 소프트웨어 회사”라 목소리를 높인다.

 

주니퍼네트웍스는 미국 나스닥에서 네트워크 장비 기업 중 시스코에 이어 시가총액 2위를 기록했다. 국내서도 SK텔레콤, KT 등 이동통신사들이 주니퍼의 장비를 쓴다. 많은 이들이 주니퍼를 하드웨어 기업으로 기억한다. 그런 주니퍼에도 최근 몇 년 사이 큰 변화가 일었다. 라미 라힘 최고경영자(CEO)가 부임한 이후, ‘선(先) 소프트웨어’를 회사의 기치로 삼았다.

 

크리티 콤펠라 주니퍼네트웍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이 회사 본사에서 만났다. 크리티 CTO의 사번은 30번이다. 라미 라힘 CEO(32번) 보다 먼저다. 올해로 입사 20년차인 그는, 9500여명 사원중에서도 가장 앞선 번호를 갖고 있는 이 중 하나다.

 

오랜시간 주니퍼 네트워크 기술을 총괄해 온 그는 자신을 ‘소프트웨어 가이’라 소개했다. 최근 모든 에코시스템이 소프트웨어 기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주니퍼 역시 그렇게 될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변화의 핵심은 소프트웨어를 팔고 이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가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소프트웨어로 돈을 버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소프트웨어가 곧 화폐’다.

 

주니퍼네트웍스 곳곳에서 영상 속 라미 라힘 CEO를 만나볼 수 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주니퍼와 크리티 CTO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이다. SDN은 사용자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통해 네트워크 경로 설정과 제어 등을 보다 편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한 네트워킹 기술이다.

 

데이터가 폭증하고, 오가는 경로도 다양해졌으며, 이를 세분화해 관리해야 할 시점에서 SDN이 대세로 떠올랐다. 크리티 CTO에 따르면 SDN은 최근 대형 프로젝트에서 교육, 공공 등의 소형 프로젝트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크리티 CTO는 지난 2012년, SDN 콘트롤러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IT 스타트업 ‘콘트레일 시스템’에 합류했다가 석달 만에 주니퍼로 복귀했다. 이 회사 기술력을 인정한 주니퍼가 아예 인수합병해버렸기 때문이다. 콘트롤러는, 네트워크로 집중되는 트래픽을 분산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크리티 CTO는 “(당시) 주니퍼가 SDN과 관련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딜레마에 빠졌었기 때문에 콘트레일 시스템을 인수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이 회사는 주니퍼가 5년에 걸쳐 성과를 낼 일을 단 7개월만에 해냈다”고 말했다.

 

콘트레일 시스템을 인수한 주니퍼의 SDN 기술은 무엇이 강점일까. 최근 업계는 인공지능을 통한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관심을 기울이고있다. 경쟁사이자 업계 1위인 시스코의 경우  ‘인텐트 기반 네트워킹’을 이끌고 있다. 이는 관리자가 네트워크가 어떤 목적을 위한 행동을 하라고 직접 정의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선 관리자가 쉽게 작업 상태를 정의하고 제어할 수 있는 자동화 네트워크 관리 플랫폼이 필요하다.

세계를 엮는 기술은 네트워크다. 주니퍼 직원이 태블릿을 통해 현재 세계 인구가 얼마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통한 자동화라는 측면에서 시스코와 주니퍼의 종착지는 같다. 그러나, 주니퍼에 따르면 두 회사의 목적지는 같아도 경로가 다르다. 시스코가 이 자동화를 ‘어떻게’보다는 ‘결과 지향’을 중점에 두는 ‘목적 지향적’인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주니퍼는 ‘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는 것’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와, 서울로 가는 경로가 어떤지를 일일히 알고 운전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더보기]

 

 

[기사원문] https://byline.network/2017/10/28-7/ 

BYLINE NETWORK(바이라인네트워크) | 남혜연기자 |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