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3D 직업’으로 불리던 정보기술(IT) 개발직군이 어느새 모두가 선망하는 ‘귀한 직업’이 됐다. 디지털 혁신에 대한 수요가 커졌고, 기업들이 이에 대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고, 결국 일부 IT기업들이 우수한 인재를 잡기 위해 연봉 인상 랠리를 시작한 결과다. 자연히 개발자 육성과 취업에 관심이 쏠린다. IT개발자가 되기 위한 방법과 취업을 주제로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디지털화가 거듭할수록 사회 모든 요소가 소프트웨어(SW)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제조, 유통, 교육, 오락 등 모든 영역이 SW예요. 미래에 SW 의존도는 더 높아졌으면 높아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겁니다. 수요보다도 공급이 부족한 현재, SW 개발에 뜻을 두기 좋은 시기죠. 겁먹지 마세요. 누구나 SW 개발자가 될 수 있습니다.”(이민석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학장)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문제해결식 교육으로 높은 인지도를 지닌 프랑스의 SW 교육 프로그램 ‘에꼴42’를 벤치한 ‘42서울’을 운영하기 위해 2019년 설립된 재단이다. 2년 비학위 과정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서울시의 지원을 받는다.

월 100만원의 교육 지원금이 제공되는 것이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의 특징 중 하나다. 대학교 캠퍼스처럼 꾸며진 공간 내 교육생들이 동료들과 코딩을 해볼 수 있는 ‘코딩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회의, 세미나, 특강, 기업설명회, 상담, 영상 촬영 등을 위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올해까지 5기 교육생을 모집, 2022년 1기 수료생이 나올 예정이다.

올해 1월, 1~3기 853명 기준 42서울의 성별은 남성 74%, 여성 26%다. 평균연령은 24.9세이며 비전공자가 52%, 전공자가 48%다.

이민석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학장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정부 주도로 설립된 민간 비영리재단이다. 보다 양질의 SW 개발자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마음 같아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비전공자를 채용하고 싶지만, 시험을 통해 공정하게 선발되는 형태이기에 임의로 비율을 조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교육생 선발 과정이 다소 독특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원을 위해서는 상시 온라인 테스트를 치러야 하는데, 4분 남짓의 기억력 테스트와 2시간가량 걸리는 논리력 테스트로 구성됐다. 1레벨부터 정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정해진 시간 내에 높은 레벨을 받는 것이 목표다. 시험이라기보다는 퍼즐게임에 가깝다.

온라인 테스트를 거치면 교육생 모집 시기에 맞춰 1개월 정도 진행되는 집중교육(La Piscine) 신청을 할 자격이 부여된다. 집중교육은 새 기수 교육생을 모집할 때 선착순으로 신청되는데, 대학 수강신청과 닮았다. 5기 1차 집중교육은 8월2일 16시42분, 2차는 9월13일 16시42분에 진행된다.

본과정 교육생들은 단계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형태의 학습을 하게 된다. 교육생끼리 팀 단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서로가 짠 코드를 공유하고 전문가인 멘토에 평가받는 등의 ‘코드리뷰’가 핵심이다. 실제 기업에서의 개발 환경을 체득할 수 있는 데다 서로 간의 코드를 코칭하면서 높은 성취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이 학장의 설명이다.

이 학장은 “민간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SW 개발자가 부족한 현상이 발생했다. 연초부터 있었던 SW 개발자 연봉 인상도 결국 수요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며 “코로나19 이후 SW 의존도는 더 크게 늘었다. 최소 10년 이상은 이와 같은 흐름이 이어지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기업은 구인난이라는데··· 왜 갈 곳은 없을까=최근 SW 개발자의 주가가 치솟은 것은 정보기술(IT) 기업의 성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 ‘네카라쿠배’라고 불리는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고 싶은 기업’이 됐다.

이들 기업은 입을 모아 ‘사람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올 초 게임 개발사를 비롯한 IT 기업들은 파격적인 연봉 인상책 역시 핵심 인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움직임이다. 꾸준히 채용 규모를 늘리는 만큼 신입 개발자들의 기회도 많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제 막 취업 전선에 뛰어든 주니어 개발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다소 분위기가 다르다. 지독한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정작 채용은 보수적으로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 학장은 “네카라쿠배 등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 유형이 경험이 없는 신입 개발자가 아니라, 바로 현장에 투입 가능한 실무 개발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간극”이라고 말했다. 신입 공채를 하는 기업들도 사실상 ‘중고 신입’을 원하는 경우가 다수라는 것.

그는 취업을 꿈꾸는 개발자 지망생들에게 ‘취업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기술적 역량을 쌓는 것 외에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나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분석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학장은 “물론 네카라쿠배 등 큰 기업에 입사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준비가 안 된 신입 개발자가 쉬이 들어갈 만큼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국내에도 굉장히 많은 SW 기업이 있다. 시야를 넓혀 다양한 기업들을 알아보는 것을 권한다. 이직이 잦은 SW 업계 특성상 본인 역량만 있다면 경험을 쌓은 이후에라도 네카라쿠배 등에 이직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했다.  [기사 더보기]

 

 

[출처 : 디지털데일리(http://www.ddaily.co.kr/)]

[기자 :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