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사람 vs 인품 좋은 사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제임스 헤크먼(James J. Heckman)은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사람’보다 ‘소프트 스킬’, 즉 ‘인품이 좋은 사람이 성공 확률이 높다’고 했다. 처음엔 똑똑한 사람이 잘나가지만 궁극적으로 따뜻한 사람이 성공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공부한 것을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기회의 크기는 그 사람이 지닌 네트워크의 크기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네트워크는 좋은 인품 없이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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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내향적인 커뮤니티 공부는 혼자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커뮤니티 리더십 훈련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또 그만큼 내공을 쌓기는 좋다. 심사숙고하며 사색하지 않는 리더십은 쉽게 무너진다. 따라서 내향적인 커뮤니티 공부로 내공을 쌓았다면, 그 다음 외향적인 커뮤니티 공부로 외부와 소통하며 사람 공부를 병행하기를 추천한다. 

 

한번이라도 사람을 이끌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사람을 이끈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커뮤니티 리더십의 로드맵을 착실히 따라온 사람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선한 의지로 다른 사람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선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목표는 또 다른 선하고 좋은 목표를 가진 사람을 자석처럼 끌어들인다. 그리고 이들이 내뿜는 좋은 에너지 덕분에 사람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 이들 커뮤니티 멤버에게 자신이 공부하여 습득한 내용을 공유하면 자긍심과 나눔의 기쁨이 생겨 능동적인 공부로 이끄는 강한 동기가 된다. 이런 동기는 공부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봉사하는 마음으로 커뮤니티를 살뜰히 챙기다 보면 좋은 인성과 품격이 길러지게 된다. 

 

 

커뮤니티 행사 치르기

 

좋은 목표가 정해지고, 에너지가 충만한 초기 멤버가 구성되었다면, 이제 조금씩 규모를 확장시켜 나가는 것도 좋다. 아무리 좋은 멤버가 모였다 해도, 새로운 멤버와 기존 멤버가 섞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성장의 한계가 온다. 이럴 때에는 작은 규모라도 외부 사람을 초청하는 커뮤니티 행사를 기획해 보는 것이 좋다. 

 

커뮤니티 행사는 일반적으로 커뮤니티 멤버가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발표하는 컨퍼런스와 같은 형태를 띤다. 늘 함께 공부하던 기존 멤버에게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청중에게 발표한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된다. 또한 함께 목표를 정하고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다양한 부분을 챙기는 과정에서 커뮤니티 구성원의 리더십 또한 빠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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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장고 걸스 홈페이지 ⓒ장고 걸스

 

그렇다면 성공적으로 커뮤니티 행사를 치르기 위해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할까? 오픈소스 개발 프로그래밍 언어 중 하나인 장고(Django)는 여성 개발자를 위한 글로벌 커뮤니티인 장고 걸스(Django Girls, https://djangogirls.org/)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오픈소스 프로그래밍 커뮤니티가 그러하듯 장고 걸스 또한 비영리 단체로 자발적인 후원과 자원봉사자의 노력으로 운영된다. 장고 걸스는 프로그래밍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을 위해 (주로 하루짜리) 프로그래밍 워크숍을 운영하여 기술 장벽을 낮추겠다는 선한 목표로 시작한 커뮤니티다. 한국에서도 여러 자원 봉사자의 숨은 노력으로 활발하게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에 우리 팀에 들어온 하현주 과장은 장고 걸스 커뮤니티에서 오랫동안 자원봉사 운영자로 일하며 커뮤니티 리더십을 쌓아왔다. 커뮤니티 리더답게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나 또한 그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다음은 그녀가 전하는 성공적인 커뮤니티 행사를 위한 팁이다. 

 

“규모가 크지 않는 행사라도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요.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기획의도 설정이라고 생각해요. 행사 준비에 참여하는 멤버가 많을수록, 기획의도를 제대로 공유하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해요. 여기에서부터 모든 디테일이 결정되거든요.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위해 ‘어떤’ 행사를 열 것인가? 이것만 커뮤니티 멤버들과 의견 일치가 되어도 나머지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어요” 

커뮤니티 행사라고 만만하게 보지 않고, 이렇게 형식을 갖추고 피드백을 받아 끊임없이 개선하면 내실과 규모를 모두 갖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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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커뮤니티 오픈스택 홈페이지 ⓒ오픈스택

 

우분투(Ubuntu, http://ubuntu.org), 파이썬(Python, http://www.python.org), 오픈스택(OpenStack, https://www.openstack.org)과 같은 주로 외국의 오픈소스 커뮤니티들이 활발한 커뮤니티 행사로 성장했다. 이들 오픈소스 커뮤니티들이 비영리 단체이면서도 글로벌한 규모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 경이롭다. 결국 이러한 커뮤니티의 힘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도 모른다. ‘오픈소스는 암’이라고 주장하던 스티브 발머를 내쫒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소스를 사랑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사티야 나델라를 불러왔으니 말이다. 

 

주로 8월 15일 광복절을 전후로 2~3일간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국 파이썬 커뮤니티의 파이콘 행사에 한번 참석해 보길 바란다. 어떤 대기업이 주최하는 행사보다 규모가 크기도 하거니와 자발적인 커뮤니티 리더들이 내뿜는 에너지를 체험해 보면 커뮤니티 리더십의 가능성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파이콘 행사의 봉사자가 되거나 발표자가 되려면 얼마간의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원자가 적지 않다. 그만큼 커뮤니티 리더십을 체험하는 것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는지 아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다. 물론 그 돈은 더 좋은 커뮤니티 행사를 만드는 데 아낌없이 쓰인다.  [기사 더보기]

 

 

[출처 : topclass(http://topclass.chosun.com/)]

[기자 : 이소영 마이크로소프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