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 읽기
(15) 디지털 규제

우버·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 기업
고객, 데이터 보고 우량서비스 선택
시장 통제보다 투명성 높여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규제는 철폐가 아닌 변화의 대상이다. 환경에 걸맞은 변화를 통해 규제 때문에 산업이 퇴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언제나 변화는 우려를 낳기 마련이다. 책임 문제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규제 당국은 예측하기 힘든 나쁜 결과를 막기 위해서 기술과 경제혁신의 속도에 제동을 걸고 싶은 충동에 직면한다.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은 변화가 가져오는 발전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았음을 알려준다.

 

 

규제와 새로운 시장 형성

 

비디오 녹화는 1980년대 규제 전쟁을 일으킨 대표적인 기술이다. 소니의 베타맥스가 그것이다. 베타맥스 카세트는 사상 최초로 일반 소비자에게 보급된 가정용 비디오 재생·녹화 장치다. 1975년 첫선을 보인 베타맥스 카세트의 보급으로 일반인도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사본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기술이었다. 결국 1984년 유니버설스튜디오는 소니의 베타맥스 판매 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미국 대법원은 베타맥스 비디오카세트 녹화로 인해 저작권이 침해될 수도 있지만, TV 쇼를 나중에 보기 위해 테이프에 녹화시키는 방식처럼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사용이 가능하므로 이를 허용한다고 판결했다. ‘베타맥스 소송’으로 알려진 본 소송의 판결 덕분에 소니는 경제적으로 큰 이득을 봤다. 하지만 놀랍게도 더 많은 돈을 번 주체는 비디오 녹화기기를 반대했던 영화제작사였다. 당시의 신기술이었던 녹화기술이 허용되자 이전에 없었던 영화 대여라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규제의 변화는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기회를 통해 성장과 새로운 이익 창출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최소한의 변화를 통한 혁신 도모하지만 예상하기 어려운 장밋빛 결과만을 바라며 규제를 급격하게 완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규제 완화로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한다면 규제 당국이 느낄 책임은 그 어느 경우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최소한의 변화를 통해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오늘날 변화된 환경에 맞춰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 기업가이자 투자자이며 전 MIT 미디어랩의 객원 연구원인 닉 그로스먼은 게이트키핑식 규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즉, 인증 프로세스나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된다는 식의 규제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제한에 바탕을 둔 규제는 정보가 희소한 세계에서만 통한다. 과거 소비자는 특정 택시 운전자의 자질이나 호텔의 안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던 탓에 정부가 면허 발급이라는 규제를 통해 택시 운전자를 선별했고, 호텔의 안전과 청결도를 관리해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오늘날은 정보가 넘쳐난다. 우버 고객은 특정 운전자의 차량을 이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때 운전자 등급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예정인 여행객 역시 호스트의 등급을 보면서 숙소를 고를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시장 접근에 대한 규제가 아닌 사후 투명성에 대한 요건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규제 당국은 데이터를 통해 누가 무엇을, 누구와 언제 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이들의 활동이 공공 거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를 한다면 사후에 제재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  [기사 더보기]

 

 

[출처 : 한국경제(https://www.hankyung.com/)]

[기자 : 김동연 KDI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