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로 인한 세상의 변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보편화시킨 지 채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야후와 구글이 대중들을 인터넷 세상으로 인도했다. 하지만 곧 애플과 구글이 iOS와 안드로이드라는 새로운 운영체제를 선보이며 모바일 세상으로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이런 IT 트렌드의 급속한 변화는 많은 사람들의 삶 자체를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많은 IT 기업들에게 새로운 IT 트렌드 발굴을 통한 비즈니스 기회 창출이라는 과제를 안겨줬다.


글로벌 IT 리더, 공개SW에서 트렌드의 핵심을 찾다
조금 아쉽지만, 아직까지는 글로벌 IT 기업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새로운 IT 트렌드 발굴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공개SW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구글을 들 수 있는데, 구글은 현재 서비스 중인 인프라의 대부분을 공개SW에 기반을 두고 개발했을 뿐 아니라 개발된 주요 SW의 대부분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모바일 운영체제 점유율의 80%에 이르는 안드로이드는 여전히 공개SW 커뮤니티에서 개발 및 운영 중이다.
모바일 분야에 구글이 있다면 클라우드 분야에는 아마존이 있다. 아마존은 내부 운영환경 최적화를 위해 공개SW를 적극 활용함은 물론, 서비스 차원으로까지 확장시킴으로써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붐을 주도한 페이스북은 다수의 공개SW 커뮤니티 프로젝트에 참가해 공개SW의 활용 및 개발에 기여했으며, 최근 개방형 데이터센터 스위치 개발을 위한 ‘오픈컴퓨트 프로젝트(Open Compute Project)’를 시작하면서 공개SW 기반 하드웨어 분야에서의 기술 개방 및 협력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런 분위기가 기업에서만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다양한 공개SW 기반 프로젝트들을 시도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 항공우주국(NASA)을 중심으로 기업과 개발자 커뮤니티와 긴밀하게 협력해 탄생시킨 클라우드 플랫폼인 오픈스택은 현재 상용화뿐 아니라 서비스 확대 단계까지 진입해 있다. 또한 보건 및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정보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사례인 오세라(www.osehra.org) 역시 정부 주도 이뤄진 공개SW 기반 프로젝트다. 이처럼 IT 트렌드를 주도하려는 글로벌 리더들은 대부분 공개SW에서 기회를 만들고 있다. 또한 그 결과들을 공개SW의 기본정신에 입각해 지속적으로 공유 및 개방함으로써 생태계 활성화에도 일조하고 있다.


실현 가능한 실천과제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해야
그렇다면 국내 사정은 어떨까? 정부가 나서 창조경제의 밑바탕을 다지고자 국내 IT 환경을 HW에서 SW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다수의 IT 기업이 이를 구체화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리더(leader)로서의 역할보다는 급변하는 트렌드를 쫓아가고 이를 통해 다양한 기회를 성공적으로 만드려는는 패스트 팔로워(fast fallower)로서의 역할에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우리나라가 창조적인 IT 트렌드 리더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업들이 좀더 실질적인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성공사례들을 만들어 내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두 가지 실천과제에 기반을 둔 활용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우선, IT 기업이 공개SW를 산업 전반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법제도 및 행정체계를 개선 및 강화하는 것에 발맞춰 기업은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과 같은 현재 주목받는 메가트렌드의 핵심에 공개SW가 있음을 주목해 관련 기술 경쟁력 확보함으로써 다음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공개SW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 구조를 가진 기업들은 공개SW 프로젝트 지원 및 교육환경 조성해 공개SW의 뿌리인 개발자와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 공개SW 커미터(Committer)를 육성하는 데 적극 투자해야 한다. 이런 전략이 성공을 거둘 때, 국내 IT 산업 구성원 전체가 공개SW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며 더 나아가 우리나라 IT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트렌드를 제시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 송상효 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 회장


※ 본 컬럼은  네트워크타임즈 3월호에 수록됐습니다.